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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

상처는 세상을 내다보는 창이다

by 오직~ 2014. 12. 15.

추구되는 동안 자유는 살아 있는 무엇이지만 실현된 자유는 이미 자유의 속성을 배신하기 때문이다.

 

일탈뿐만 아니라 일탈의 본질을 이루는 자유 자체가 그러하다. 그것은 고귀하고 소중한 것이지만 동시에 매우 위험한 것이기도 하다. 생과 사의 길이 그 안에 함께 가로놓여 있고 한 치만 어긋나도 그 길은 뒤바뀌고 말기 때문이다. 인생을 산다는 것은 바로 그 극약의 처방을 터득하는 일이고 그것이 인간의 존엄과 아름다움에로 차질 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저 가물가물한 세로(細路)를 찾아가는 일이다. 그 길에 제대로 접어드는 사람이 적다해도 그 길은 소수만의 길이 아닌 만인의 길이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마음에 품고 행려병자로 떠돌다 거적대기를 쓰고 비참하게 죽어 간 간디의 아들...

 

 

시 읽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서는 시가 지나치게 완성미를 보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혐의 일 수 있다. 오히려 그 반대, 말하고 싶으나 잘 말해지지 않는 것, 시가 자주 불시착하는 일- 이것이 어쩌면 시를 둘러싼 더 진정한 상황일 수도 있는 것이다.

 

모순으로 가득 찬 세상이나 또한 그 모순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 아닌가 하는 생각

 

손끝으로 시를 쓴 것이 아니라 비타협적 궤적 자체로 시를 쓴 많지 않은 시인 중의 한 사람이었음을 구태여 증언해 두고 싶다.. '이영유'

 

 

인간사의 다양하고 미묘한 내정(內情)은 제가끔의 상처를 통해, 더 정확히 말한다면 상처를 다스리면서 형성된 경험세계를 통해 비로소 인지되는 것이다. 그 점에서 본다면 상처는 세상을 내다보는 창이기도 하다.

 

성처는 우리가 임의로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상처 그 자체는 대부분 우연적이고 개별적인 불행이기 때문이다. 다만 상처를 극복함에 있어서 우리는 그 우연성과 개별성을 넘어 필연성과 보편성을 갖춘, 한 차원 높은 세계로 진입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은 설움이라는 것을 안다. 그것은 비참한 삶의 여건과 인간의 포기할 수 없는 자존심이 부딪혀 엉긴 정서적 결정이었다.

요즈음 자라는 아이들은 설움을 모른다. 그들은 설움 대신 시시콜콜한 순간적 욕망의 차질이 빚어 내는 짜증을 알 뿐이다. 이 시대를 범람하고 있는 광범위한 물화(物化)의 정서적 측면이다.

 

우리는 그 상처를 다스리며 인간의 심연을 이해하고 우리를 관류하고 있는 인간의 운명을 헤아리는 것이다.

 

다만 엄밀하게 볼 때 필요한 것은 상처라기 보다는 이 세상의 미만한 상처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지적 성실성이라고 바꾸어 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땅 위에 상처 아닌 것이 어디에 있는가. 어쩌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이 광막한 우주의 상처가 아닌가! 단지 우리는 우리가 '보는' 만큼의 상처를 가질 뿐이며 그런 방식으로 가지는 상처의 크기만큼 지혜와 인간적 연대를 확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희비애락에 노출된 인간의 삶은 드러난 상처와도 같다. 최후의 순간에 지혜는 그 모든 상처들과 일체화된다.

 

 

지금이라도 눈을 돌려 인간의 살아가는 온갖 모습을 한번 바라보자. 과연 하나 같이 우물을 향해 기어가고 있는 어린 아기의 모습이지 않는가? 그리고 이번에는 스스로의 모습을 바로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자. 봉두난발은 아니더라도 어리석은 욕망과 계산을 안고 초조하게 눈망울을 굴리고 있는 나약한 중생이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보현보살의 증언에 의하면 그 순간 우리는 이미 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즉 위 없이 바른 깨달음의 지경을 거침없이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삶에는 일련의 스산함이 있어야 한다. 그 스산함은 우리가 헐벗은 상태로 태어났다는 사실에의 끝없은 상기가 아닌가 한다.

 

 

생각하면 영원한 것이 긴 시간일 수는 없다. 영원한 것은 매순간이 그 순간에 즉응하여 자유와 명징성을 획득할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생명이 그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사실이다. 다만 그 당연한 사실에 접근하기까지 우리는 대부분 매우 긴 우회로를 걷고 있을 뿐이다.

 

 

 

 

상처는 세상을 내다보는 창이다 2012

    - 이수태 / 바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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