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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당 2016. 8. 21.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생 - 신형철 20년 후에, 지(芝)에게 최승자 지금 네 눈빛이 닿으면 유리창은 숨을 쉰다. 지금 네가 그린 파란 물고기는 하늘 물속에서 뛰놀고 풀밭에선 네 작은 종아리가 바람에 날아다니고, 이상하지,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 빈 벌판에서 차갑고도 따스한 비를 맞고 있.. 2016. 8. 4.
젖은 신발 - 이정록 젖은 신발 아이들 운동화는 대문 옆 담장 위에 말려야지. 우리 집에 막 발을 내딛는 첫 햇살로 말려야지. 어른들 신발은 지붕에 올려놔야지. 개가 물어가지만 않으면 되니까. 높고 험한 데로 밥벌이하러 나가야 하니까. 어릴 적에, 할머니께서 가르쳐주셨지. 북망산천 가까운 사랑방 툇마.. 2016. 6. 25.
목고리 - 황인숙 목고리 황인숙 내가 마시는 한 잔의 커피 내가 보는 한 권의 책 내가 거는 한 통의 전화 내가 적선하는 한푼의 동전 그것은 내 피와 땀을 판 게 아니다. 그렇다고 불로소득도 아니지. 이 말은 불로가 아니라는 뜻이 아니라 소득이 아니라는 거지. 그것은 말하자면, 그러니까, 빚-이었다는 .. 2016. 5. 27.
깊은 계곡 응달의 당신 - 이영광 깊은 계곡 응달의 당신 주말 등산객들을 피해 공비처럼 없는 길로 나아가다가 삼부능선 경사면에 표고마냥 돋은 움막 앞에서 썩어가는 그것을 만났다 나는 놀라지 않았다 그것도 놀라지 않았다 몸이 있어 있을 수 있는 광경이었기에 이미 짐승들이 뜯고 찢어 너덜너덜한 그것 곁에 찌그.. 2016.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