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고리 황인숙
내가 마시는 한 잔의 커피
내가 보는 한 권의 책
내가 거는 한 통의 전화
내가 적선하는 한푼의 동전
그것은 내 피와 땀을 판 게 아니다.
그렇다고 불로소득도 아니지. 이 말은
불로가 아니라는 뜻이 아니라
소득이 아니라는 거지.
그것은 말하자면, 그러니까,
빚-이었다는 건데, 빚- 그래, 피와 땀이 아니라
영혼을 판 것, 같은 기분을 주는 것이지.
급기야
이제는 더 이상 팔 영혼도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내 영혼이라는 게 그렇게 값나가는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내가 평생 이 빚을
다 갚고 죽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지는데
오, 또, 생각하면, 생각하면
생각 끝에 떠오르는
오오 불쌍한 마틸드,
내 목걸이는 가짜였어!
마틸드도 있을라구.
나는 마땅히 치를 것을 치러야 할 뿐.
빚을 담보로, 비장하고 의연하게!
그런데…… 그렇더라도…… 그러니까 말이에요.
오오, 마틸드, 내 목고리는 진짜예요!
무어니 무어니 해도
나를 미치게 하는 건
이 목고리가
참으로 우아하지 못하다는 것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7448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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