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농민에게 망종은 가장 바쁜 시기 중 하나라고 한다. 보리를 베어내고 볍씨를 뿌리는 절기 망종을 놓치면 보리 이삭이 지나치게 무거워져 쓰러지기 때문이다. 순희는 고향에서나 의미가 있었을 망종을 도시에서 통과하면서 차례로 닥쳐오는 고난을 겪고, 끝내는 세상을 향해 독극물을 살포하기에 이른다. 보리밭을 향해 발길을 재촉하는 순희의 뒷모습은 그 모든 고난을 두눈뜨고 지켜보아야만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식당에 김치를 납품하게 해주겠다면서 은근하게 성관계를 바라는 이웃집 남자, 자기도 조선족이라며 다정하게 다가왔지만 배신자로 떠나버린 김씨, 강제로 관계를 맺고서 약혼녀와 함께 김치를 사러온 왕위 그리고 황무지처럼 적막하고 황량한 소도시. 한번 울지도 않으면서 그걸 모두 견디어냈던 순희는 쓰러질듯 위태롭게 걸어가면서도 쓰러지지 않는다. 망종 무렵의 보리처럼."
두남자의 벗은 모습이 보인다.
한사람은 정면으로, 또 한사람은 뒷모습으로...
쓸쓸한, 폐허 직전의 무채색 배경.
순희의 표정과 닮은 영화장면.
맛없이 피워대는 담배같은 영화.
한 장소를 다양한 배경으로 찍어 넣은 장면들.
일탈하고자하나 벗어날 수 없는 손바닥같은 삶의 테두리를
보여주고자 함인가-
20060331
동숭하이퍼텍나다
장률감독
최순희=류연희
최순희 아들=김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