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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난자

by 오직~ 2006. 1. 15.

[김소희의 오마이섹스]

 

난자는 여성의 몸에서 유일하게 완벽한 공 모양을 한 가장 큰 세포다. 수정란을 먹여살릴 영양물질로 가득 차 있고, 분화에 필요한 자체 발전소와 유전자도 꼼꼼히 갖추고 있다. 그래서 유전정보가 담긴 머리와 헤엄칠 꼬리만 있는 정자보다 10만 배나 무겁다. 지름은 0.1mm. <뉴욕타임스> 생물학 전문필자인 내털리 앤지어는 “난자는 태양처럼 위풍당당한, 은백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공이다. 흰 보풀 구름을 왕관처럼 쓴 아름다운 여왕이다”라고 찬양했다.

 

 


무게 60g, 길이 7cm의 자궁은 주먹만 한 깔때기 모양이다. 임신하면 크기가 500∼1천 배까지 커지는 놀랍도록 튼튼하고 인내심과 자존심도 센 여성의 ‘육장육부’ 중 하나다. 자궁 양쪽 끝에 하나씩 있는 회백색 주머니는 난소다. 진주 같은 난자 알갱이를 가득 담고 있는 난소의 무게는 3.5g으로 금 한 돈 정도이나, 신비로운 월경 드라마의 총연출자다. 여성 호르몬을 만들어내고 이 호르몬의 도움으로 배란을 한다. 난관의 분홍색 촉수가 ‘때가 되면’ 난소 표면을 더듬어서 부풀어오른 난포들 중 어느 난포의 난자가 제대로 익었는지 찾아낸다. 그리고 순식간에 난자를 쫙 빨아들여 수정이 이뤄지는 곳으로 보낸다. 이 과정이 배란이다. 굉장히 정교한 시스템과 기능이 작동한다. 여성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600만∼700만 개의 난자를 지니다 사춘기가 되면 40만 개로 줄고, 그중 충분히 성숙해진 것만 35년 동안 400∼500개를 내보낸다. 만들어지는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왼쪽 오른쪽 난소에서 번갈아 한 달에 한 개씩 ‘아끼고 아껴’ 내보낸다.

 

 

과배란은 호르몬제 등을 투여해 난소를 과자극시켜 한꺼번에 많이 배란하게 하는 것이다. 한쪽 난소에서 난자를 6개만 배란시킨다 해도 1년치 일을 한꺼번에 하는 셈이다. 피를 많이 뽑아내는 것과는 개념도 과정도 다른, 엄청난 몸의 희생이 따르는 일이다. 불임시술은 ‘치료’이므로 부작용도 상대적으로 덜하고 잉태라는 ‘복음’을 얻는 일이지만, 멀쩡한 몸에 직경 3∼4mm의 쇠바늘을 찔러 십수 개씩 난자를 뽑아내는 일은 생명주머니 난소에 가해지는 ‘쓰나미’와 같다. 그런 탓에 유럽에서는 불임시술 등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난자의 ‘기증’은 물론 불임시술 뒤 남은 난자의 ‘공유’에도 대단히 조심스럽다. 일부 나라에서는 자발적 기증도 불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관련 데이터가 없지만 유럽에서는 인위적인 난자 채취 뒤 많게는 20%가량의 여성들이 각종 후유증과 부작용을 호소하고, 1%가량은 치명적인 자궁 질환과 불임 위험을 겪는다고 경고하고 있다.

 

 

생명을 위한 난자기증 운동이라는 ‘선의’ 앞에서 ‘부작용 위험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은 채 “산부인과 의사들이 진단·상담을 해주니 안심하라”는 말만 되뇔 게 아니다. 난자는 어차피 쓸모없으니 마음대로 뽑아 써도 되는 잉여 물질이 아니다. “많은 것을 알고 품고 있는” 귀하디귀한 인간의 씨앗이다. 진달래로도 무궁화로도 덮을 수 없는.

 

참고 자료: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이유명호 지음, 웅진닷컴 펴냄)

한계레 김소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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