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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사

by 오직~ 2005. 10. 31.

 

프로그램 끼워팔기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음을 내비쳐 파문이 일고 있다.

28일 〈다우존스뉴스〉의 보도를 보면, 엠에스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낸 분기보고서에서 “한국 공정위가 우리에게 코드를 제거하거나 한국 시장에 맞춰 특화된 윈도를 재설계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한국 시장에서 윈도 사업을 철수하거나 새로운 버전의 출시를 지연시킬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증권거래위에 보고서
파문일자 “투자지속” 진화
“윈도 의존 줄여야” 목소리

 

그러나 엠에스가 한국 시장을 포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엠에스가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협박 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이 기회에 엠에스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철수할까?=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 윈도 시장에서 철수하겠다는 말은 앞으로 내놓는 윈도에 대해서는 한글판을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 철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엠에스는 미디어플레이어 끼워팔기를 신고한 미국 리얼네트웍스에 6억7100만달러를 주고 화해했고, 다음커뮤니케이션과도 화해를 추진하는 상황이다. 이런 여건에서 공정위가 심의를 계속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협박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파문이 확산되자 한국엠에스 쪽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한국엠에스는 “엠에스가 한국 시장에서 정보통신 산업 발전을 위한 견실한 동반자 역할을 해온 만큼, 앞으로도 투자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엠에스가 지난달 윈도98 보안패치 공급 중단을 거론하는 등 한국 윈도 시장에 대한 홀대 가능성을 여러차례 내비친 적이 있어 관련 업계에서는 공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엠에스 의존도를 줄이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컴퓨터의 95% 이상에 엠에스 윈도가 깔려 있고, 대다수 기업들과 일부 정부기관까지도 엠에스 워드를 표준 문서편집기로 사용하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리눅스와 매킨토시 등 엠에스 윈도와 경쟁관계에 있는 운영체제 사용자들은 전자민원 서비스와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아예 이용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소프트웨어는 인프라 중의 인프라”라며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소스코드(설계도)를 공개한 상태로 공급되는 공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엠에스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의는 계속된다=공정위 쪽은 이번 엠에스의 철수 여부와 관계없이 심의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엄격한 시정조처를 내리면 자신들의 사업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해서 나온 얘기로 본다”며 “공정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끼워팔기’가 경쟁을 제한해 동종업계 사업자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엠에스가 신고인과 화해해 다툼을 끝내든, 심의 결과 한국 시장을 떠나든 이는 공정위 심의 자체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밝혔다.

엠에스사가 공정위 심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심의 결과에 따라 전세계적인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법무부와 엠에스의 화해로 사태가 무마됐고, 유럽연합에서는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엠에스 ‘끼워팔기’의 최종적인 불공정성 여부는 아직 어느 나라에서도 확실한 판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각 나라의 인터넷 프로그램 업체와 프로그램 사용자들이 한국 공정위 심의 결과를 주목하고 있고, 자칫 엠에스를 상대로 한 세계적인 손해배상 소송이 뒤따를 수 있어 엠에스 쪽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크다. 지금까지 7번의 심의를 진행하면서 엠에스 쪽의 소명과 신고인인 다음 쪽의 의견을 들은 공정위는 11월 안에 사건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최혜정 김재섭 기자 idun@hani.co.kr

2005.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