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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

그럴 때 있으시죠?

by 오직~ 2016. 11. 18.

담벼락 철조망에 잠자리가 앉아 있는 걸 봤습니다.

 

'아, 가볍구나! 가벼워서

저렇게 뽀족한 철조망 위에도

앉아 있을 수 있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 고민이 너무 크고 무거워서

스스로 여기저기 찔리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조금 가볍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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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에게는 버섯의 이유가 있고, 꽃에게는 꽃의 이유가 있고, 사람에게는 사람의 이유가 있고, 나에게는 나의 이유가 있겠지요. 그렇게 다 자기 이유로 사는거죠. 자기 이유로 사는 것, 그게 바로 '자유'겠지요.

 

그럴 때 있으시죠?

가끔 몸과 마음이 한 번에 무너질 때,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을 때 떠오르는 말이 있어요. "너는 너의 상처보다 크다."

 

미워할 때 오히려 종속되는 것 같고, 이해하고 나니까 그게 진짜 독립인지도 모르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사람 미워"하며 살면 사실 그 사람한테 잡혀 사는 거잖아요."

 

 

밥 먹은 걸 소화하는 데는 서너 시간이 걸려요.

하물며 사람을 6개월 만났는데

이틀 안에 어떻게 잊겠어요. 한끼 먹은 음식도

소화하려면 몇 시간이 필요한데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 거잖아요.

자신에게 모질게 대하지 말고 시간이 흐르는 대로 그냥 기다릴 수밖에요.

 

 

나무 위에 달 걸어놓고, 내 손 위에 술 걸어놓고,

내 마음속에 당신 걸어놓고, 어깨동무하고 우리를 걸어놓고, 건배!

 

 

상담을 받는 것은 자신이 약하다는 걸

드러내는용기가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행복해지겠다는 다짐이자 의지죠.

 

 

"당신은 늘 옳다!"

누구도 당신만큼 당신 인생을 고민하지 않았고

누구도 당신만큼 당신을 잘 알지 못해요.

그러니 "당신은 늘 옳다!" 이 한마디 믿으셔도 좋아요.

 

 

"어떤 감정이 찾아오든지 당신 안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잘 재우고

'나 갑니다' 할 때까지 잘 쉬게 해줘라.

오면 맞이해주고 가면 잡지 마라.

그런데 그 감정을 거부하거나 문 앞에 세워놓고 싸우면

그 아이가 잘 안 가니 어떤 감정이든 잘 재워줘라."

 

 

"형, 제가 요즘 잘 살고 있는 걸까요?"

"네가 볼 때는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 것 같냐?"

"형은 진짜 잘 사는 거죠."

"그거 내가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야."

 

"형, 이거 어떻게 생각해요?"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전 이렇게 생각해요."

"그게 맞아."

"그런데 형, 이렇게 하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지."

"그래도 이런 문제가 생기면 좀 그럴 것 같은데."

"그럼, 하지 마."

 

 

나침반을 보면 바늘이 계속 불안한 듯 흔들리잖아요, 끊임없이.

나침반 바늘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방향을 제대로 가리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제 소명을 다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뜻이죠.

그 바늘이 멈추면 나침반으로서의 가치가 없어지는 거예요.

그러니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셔도 됩니다.

 

 

 

 

☆ 그럴 때 있으시죠? (2016)

    - 김제동 / 나무의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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