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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

세일즈맨의 죽음

by 오직~ 2016. 11. 3.


벤 : 모르는 사람과는 절대 공정하게 싸우지 마라, 얘야. 그래서는 절대 정글을 빠져나오지 못한다.

 

비프 : 좀 둘러보며 뭘 할지 봐야겠어요.

란다 : 비프, 평생을 둘러보며 살 수는 없지 않겠니?

비프 : 뭘 지그시 붙들고 있지를 못하겠어요, 어머니. 뭐든 죽 붙들고 있을 수가 없다구요.

린다 : 비프, 사람은 철새처럼 봄이 되면 왔다가 가을 되면 날아가는 게 아니란다.

 

린다 : 아버지는 쉴 곳을 찾아 해매는 작은 쪽배 같은 처지야.

 

윌리 : 저는 이 회사에서 삼십사 년을 봉직했는데 지금은 보험금조차 낼 수 없는 형편입니다! 오렌지 속만 까먹고 껍데기는 내다 버리실 참입니까? 사람은 과일 나부랭이가 아니지 않습니까!

 

찰리 : 이 세상에서 중요한 건 팔아먹을 수 있는 것들이야. 명색이 세일즈맨이면서 그런 것을 깨닫지 못하다니 우스운 일이로군.

 

윌리 : 우습지 않아? 고속도로 여행, 기차 여행, 수많은 약속, 오랜 세월, 그런 것들 다 거쳐서 결국엔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더 가치 있는 인생이 되었으니 말이야.

찰리 : 윌리, 어느 누구에게도 죽는 게 더 나은 경우는 없네.

 

찰리 : 아무도 이 사람을 비난할 수는 없어. 넌 몰라. 윌리는 세일즈맨이었어. 세일즈맨은 인생의 바닥에 머물러 있지 않아. 볼트와 너트를 짜 맞추지도 않고, 법칙을 제시하거나 치료약을 주는 것도 아니야. 세일즈맨은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하늘에서 내려와 미소짓는 사람이야. 사람들이 그 미소에 답하지 않으면, 그게 끝이지. 모자가 더러워지고, 그걸로 끝장이 나는 거야. 이 사람을 비난할 자는 아무도 없어. 세일즈맨은 꿈꾸는 사람이거든. 그게 필요조건이야.

 

린다 : 아버지가 훌륭한 분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윌리 로먼은 엄청나게 돈을 번 적도 없어. 신문에 이름이 실린 적도 없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인품을 가진 것도 아니야. 그렇지만 그 이는 한 인간이야. 그리고 무언가 무서운 일이 그에게 일어나고 있어. 그러니 관심을 기울여 주어야 해. 늙은 개처럼 무덤 속으로 굴러 떨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돼. 이런 사람애게도 관심이, 관심이 필요하다고.






☆ 세일즈맨의 죽음 (1949)

    - 아서 밀러 / 강유나 옮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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