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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

이창호의 부득탐승

by 오직~ 2016. 3. 30.

가치란 지키려고 노력하는곳에만 부여되는 법이다.

 

"만일 내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멀리 내다볼 수 있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내가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패한 재능처럼 평범한 것은 없고 인정 받지 못한 천재는 세상에 널려 있다. 그것이 세상사의 이치일진대 더없이 범상한 내가 선생님이 빌려준 높은 어깨가 아니었다면 더 높이 더 멀리 날아오르고자 하는 추동력을 과연 어디에서 얻을 수 있었을까.

 

가볍지 않은 삶의 의미를 "그래봤자 바둑, 그래도 바둑"이라는 가벼운 푸념에 담는 철학의 깊이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혼신을 다해 바둑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승부사(조치훈 9단)의 독백은 깊은 울림을 준다.

 

오직 이기기 위한 승부에 앞서 자기표현이 충실한 바둑을 항상 생각할 일이다.(후지사와 슈코)

 

몸에 배인 습관은 의지보다 강한 법이다.

 

나는 머리가 좋은 것이 아니다.

문제가 있을 때 다른 사람들보다 좀더 오래 생각할 뿐이다.

 

사람인 이상 누구나 실수를 범할 수 있지만 알지 못해서 범한 실수와 알고도 경솔해서 범한 실수는 다르다.

 

재능을 가진 상대를 넘어서는 방법은 노력뿐이다.

더 많이 집중하고 더 많이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

 

순류(順流)에 역류(逆流)를 일으킬 때 즉각 반응하는 것은 어리석다. 거기에 휘말리면 나를 잃고 상대의 흐름에 이끌려 순식간에 국면의 주도권을 넘겨주게 된다. 바둑만큼 '상대적'이라는 의미가 잘 드러나는 게임도 없다. 상대가 역류를 일으켰을 때 나의 순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상대의 처지에서 보면 역류가 된다. 그러니 나의 흐름을 흔들림 없이 견지하는 자세야말로 최고의 방어수단이자 공격수단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중요한 승부에서 패하고도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다면 그 사람은 이미 프로가 아니다. 그것은 인품과 무관하다. 승부사에게 패배의 아픔은 항상 생생한 날것이어야 한다. 늘 승자가 될 수는 없지만 패자의 역할에 길들여져서는 안 된다.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나를 믿어야 한다. 수가 보이지 않는 것은 강적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 이창호의 부득탐승 (2011)

    - 이창호 / 라이프 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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