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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

나의 삼촌 브루스리

by 오직~ 2015. 8. 8.

 

산다는 것은 그저 순전히 사는 것이지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오래전에 부서져버린 세계를 고집스럽게 부둥켜안고 썰물처럼 모두가 빠져나간 자리에 혼자 남아 엉거주춤 맴도는 것이 어떤 면에선 삼촌과 닮아 있기도 했다. 그것을 순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이가 들어도 결코 뻔뻔스러움은 늘지 않아 아무 데도 선뜻 발을 담그지도 못하면서 늘 구원을 꿈꾸는 그 가난한 마음을? 차마 말하지 못하고 감히 말할 수 없는 것들 사이에 갇혀 아무런 확신도 없이 생의 언저리를 겉돌기만 하는 그 수줍음을?

 

비록 그것이 커다란 행복을 가져다주진 못하더라도, 그리고 구원의 길을 보여주진 못하더라도 자신의 불행이 단지 부당하고 외롭기만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그래서 자신의 불행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요? 나는 언제나 나의 소설이 누군가에게 그런 의미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것은 생활의 방편이란 목적 이외에 내가 소설을 쓰는 거의 유일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참 어이없고 기막혀서 피식 웃기도 하고

큰 소리로 웃을 수 없을 때엔 웃음을 참아가며 쪼개서 키득거리게 만들고,

수다 떨 듯 길게 늘어놓는 사설에 쬐금 지루하다가도 인간사 애닳은 이야기엔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참으로 사람의 마음을 웃기고 울리는 사랑스러운(!) 작가다.

할 말이 언제나 차고 넘치는 글쟁이, 타고난 소설가란 이런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나의 삼촌 브루스리 (2012)

- 천명관 / 예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