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e

몸과 우주, 삶이 함께 가는 대칭의 향연으로 - 고미숙

by 오직~ 2013. 12. 7.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13479.html

 

 

 

 

감이당의 모토는 다음 네 가지다. 1. 도심에서 유목하기. 2. 세속에서 출가하기. 3. 일상에서 혁명하기. 4. 글쓰기로 수련하기. 도심과 유목, 세속과 출가, 일상과 혁명, 이 단어들은 가까이하기엔 조금 먼 개념들이었다. 이것을 취하면 저것을 버려야 한다고 여긴 탓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식의 분절은 부질없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건 ‘삶의 새로운 형식’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 이항대립들을 거침없이 가로질러야 한다. 도심 어디서건 텐트를 칠 수 있어야 한다. 영적 지혜는 제도의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세속적 윤리와 뒤섞여야 하며, 혁명은 거대 정치의 장에서 탈주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삶의 기술’로 전환되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매일매일이 생성과 소멸, 증여와 순환이 될 수 있는 길! 이 길 위에서만이 자본과 권력을 향한 진격을 멈추게 할 수 있을 터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반드시 구체적인 수련과정이 필요하다. 글쓰기가 바로 그것이다.

 

글쓰기만큼 신체적 공력이 요구되는 일이 또 있을까. 글쓰기는 고도의 지성을 요구하지만 동시에 가장 야생적인 활동이기도 하다. 하여, 글쓰기가 가능하다면 누구든 자유인이 될 수 있다. 글쓰기는 밥을 부르고 친구를 부르고 스승을 부른다. 밥과 우정과 지성이 마주치는 경계, 거기가 바로 천지인이 감응하는 ‘자유의 새로운 시공간’이다. 이름하여 몸과 우주의 정치경제학! <동의보감>이 내게 준 사상적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