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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이 불가능한 사회 - 박노자

by 오직~ 2013. 11. 12.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08984.html

 

 

 

‘한국의 현재적 현실을 화두로 삼는 철학’은 과연 무엇일까? 한국에서는 웬만한 유럽 국가 이상으로 헤겔과 칸트 전문가들이 많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이 겪어온 권위주의적 ‘근대화’와 오로지 기업의 이윤추구만을 위해주는 ‘기업국가’ 형성, 외환위기 이후의 사회의 원자화와 개인의 고립, 세계 최악의 자살률 등은 거의 철학의 화두가 되지 못한 듯하다.

‘씨알 철학’으로 인간을 말살하는 ‘근대’에 맞선 함석헌이나 학벌사회에서 개인다운 개인의 성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김상봉과 같은 예외들이 있지만, 우리 철학은 현실과 한참 먼 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해직자들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바꾸지 않으려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격하시킨 노조탄압책을 보자. 정부가-해고자를 당연히 조합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국제노동기구의 권고를 무시하면서까지-전교조에 요구한 것은, 다른 말로 바꾸면 ‘동료를 배신하라’는 것이었다.

 

 

전교조를 그토록 증오하는 한국의 지배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용어 중의 하나이며,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도 계속 나오는 용어는 바로 ‘조직’이다. ‘조직생활’, ‘조직문화’, ‘조직의 요구’…. 철학적으로 본다면 그들이 이야기하는 ‘조직’은 바로 개개인의 몰(沒)개체화를 의미하며, ‘양심’의 반대편에 선다. ‘양심’이 개인 각자의 보편적 가치에 의거한 자율적 판단을 의미하는가 하면 ‘조직’은 ‘전체’를 가장한 자본이나 국가의 특수이익, 그리고 그 이익에 수지계산을 맞춘 각자의 ‘실익’에 의거한 명령이나 강압적 분위기에 대한 복종을 의미한다. 우리는 과연 전체주의적 색깔이 농후한 ‘조직’만이 있고 ‘양심’이 거의 불가능한 사회에서 살고 싶은 것인가?

 

 

20131030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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