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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역

by 오직~ 2011. 2. 8.

 

일주일에 휴가 같은 하루 이틀이 끼어 있다는 건 다행이라 생각한다.

부모에겐 미안한 일이나,,

특별히 고된 노동이 아니어도

어른들과 부대낀다는건 정신적 고역이니까

 

횟수로 삼년

당신이 몸과 마음을 스스로 가누지 못하기 시작한 것이..

 

말수도 없어지고 감각도 표현도 줄어들고

어쩌다 마주치는 눈길에 빤히 바라보는 그 표정은

상대를 알기위해 애쓰는 건지

상대를 잊지않으려 당신의 가슴속에 새겨넣으려는 심산인지..

 

자식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청소하고 빨래하고 목욕시키고 잔손질가는 뒤치닥거리다.

그저 기약없는 나날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니 힘주어 하는 일이라곤 '기도'가 최선일 뿐!

강력한 의지이면서 나약한 자의 부빌 언덕인거지.

 

장성한 자식들 소용 無,,

그래도 부부라고

아내는 온갖 신경질 투정과 함께 남편 건사하는 일을 도맡는다.

얼굴 가득 짜증과 애증과 함께

 

스물 네시간 함께 붙어서 남편 시중 드는 일이 어떤 심정이겠는가

없는 병도 생기는 회오리같은 고통인거지.

 

정신적 도피의 여유없이 두 노인네의 오붓한 적막을 견뎌내고

당신도 노인이면서 노인인 남편을 돌보는 일이란

존재만으로도 짐인거다.

 

어쩌다 일주일에 두 세번 부모집에 가서 파출부 일을 한다한들 아내의 입장만 하겠는가

 

절망도 아니고 낙담도 아닌 채

마음 저 깊은 곳이 가라 앉는다,

 

삶의 마지막 역에 어떤 모습으로 당도할 지 아무도 모르는

이십일세기에도 한낱 인간, 미물의 미스터리 앞에

 

 

 

 

 

"인생(人生)이 무덤을 막을 수 없듯이, 인간(人間)이 폐허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은 어쩌면 상식이지만, 나를 되돌아 곱씹는 일이 한치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은 그 어떤 노을보다 슬프다. 인간의 존재방식이 '오염'이라고 했듯이, 인간이라는 관계방식은 여전히 '폐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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