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신문지 같은 빗소리를
한 페이지씩 넘기다가 새벽녘에
문득 봄이 떠나가고 있음을 깨달았네.
내 생에 언제 한 번
꿀벌들 날개짓 소리 어지러운 햇빛 아래서
함박웃음 가득 베어 물고
기념사진 한 장이라도 찍어본 적이 있었던가..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풍경들은 언제나 흐림..
젊은 날 만개한 벚꽃같이 눈부시던 사랑도
끝내는 종식되고 말았네.
모든 기다림 끝에 푸르른 산들이 허물어지고
온 세상을 절망으로 범람하는 황사바람..
그래도 나는 언제나 펄럭거리고 있었네.
이제는 이마 위로 탄식처럼 깊어지는 주름살..
한 사발 막걸리에도 휘청거리는 내리막..
어허,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네.
별로 기대 할 추억조차 없는 나날 속에서
올해도 속절없이 봄은 떠나가는데..
무슨 이유로 아직도 나는
밤새도록 혼자 펄럭거리고 있는지를..
글.그림 : 이외수
♬ 새날 (국악명상음악 '달빛자락' 중에서)
국악명상음악 '고향길', '해으름의 강가'에 이어 98년 발매된 3집 음반 '달빛자락'이다.
이 음반은 중요 무형문화재 가야금 산조 이수자인 이미경의 가야금과
KBS 국악관현악단 악장 박용호 교수의 대금, 작곡과 편곡, 피아노의 김영균 교수가
엮어낸 또 하나의 수작이다. 이 세상의 모든 예술은 인간과 정신, 물질 세계의
조화속에서 탄생한다. 그중 절제와 품위의 전통음악인 국악은 우리 민족의 음악이다.
단순하면서도 감동적인 우리 음악은 음악 이전에 인간과 자연이 중심이 된 '혼'의
예술과도 같다. 서양 악기인 피아노의 선율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만들어내는
우리 가락이 묘한 감동을 일구어 낸다. 진정한 우리 음악을 듣기 어려운 이즈음
이 음반은 전통과 예술성을 지닌 이들의 예술세계를 만나게 해주고 우리 소리의
깊고도 그윽한 멋이 얼마나 좋은가를 맛보게 해 줄 것이다.
또한 복잡하고 가속화되어가는 이 세대에 정신과 마음을 쉴 수 있게 이끌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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