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들이길

월드컵공원 일대 마포구 마포난지생명길 1코스~매봉산 자락길 약 9km

by 오직~ 2018. 10. 24.

부드러운 가을 햇살 가득한 메타세쿼이아길

월드컵공원 일대 마포구 마포난지생명길 1코스~매봉산 자락길 약 9㎞

 

마포난지생명길 1코스(노을공원과 난지천공원을 지나는 길은 제외)에서 가을의 세 가지 풍경을 만난다. 거대한 나무의 향연을 볼 수 있는 메타세쿼이아 나무와 이태리포플러가 있는 길, 억새로 유명한 하늘공원, 단풍 물든 평화의 공원과 월드컵경기장 옆 불광천 풍경이 그것이다. 거기에 매봉산 자락길을 이어 걸었다. 생명마다 가을 물드는 때가 다르니 가을이 다 가기 전이라면 언제든 걸어도 좋은 길이다.

 

메타세쿼이아와 이태리포플러가 있는 길

 

마포난지생명길 1코스는 메타세쿼이아길, 하늘공원, 평화의 공원, 난지천공원, 노을공원 등 월드컵공원 일대를 두루 돌아보는 길이다. 그 길 중 난지천공원과 노을공원을 빼고 매봉산 자락길을 넣어 이어서 걸었다.

 

난지한강공원 옆 강변북로에서 하늘공원로로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진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입간판 뒤로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보인다. 그곳이 메타세쿼이아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메타세쿼이아길은 오전 10시께 혹은 햇살 비끼는 늦은 오후에 걸어야 좋다. 줄지어 선 큰 나무 사이로 비껴드는 햇살, 그 빛을 있는 그대로 반사하지 않고 머금듯 내비치는 나무줄기, 거대한 나무 사이 오솔길에 쌓이는 부드러운 햇빛이 그 길에 가득하다.

 

오전 9시 조금 넘어서 도착한 메타세쿼이아길은 한산했다. 강변북로를 오가는 자동차 소리가 거슬렸지만 두 줄로 늘어선 거대한 나무가 만든 1㎞ 정도의 산책길이 좋다. 햇살 퍼지지 않은 그 길에 부는 바람이 차가워서 신선했다. 따듯한 차 한잔 마시며 앞으로 걸어갈 길을 바라보았다. 줄지어 선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만든 소실점 끝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아른거리는 점으로 보인다. 그 사람이 다가오는 길에 나무 그림자가 드리웠다. 흑백이 교차되는 건널목처럼 보인다. 마음 편하게 그 길로 들어갔다.

 

메타세쿼이아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넓은 길로 나와 걷는다. 그 길에는 이태리포플러 나무가 있다. 메타세쿼이아 나무만큼 큰 이태리포플러 나무가 길가 한쪽에 줄지어 섰다. 이태리포플러 나무와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성벽처럼 높고 길게 이어진다.

 

핑크뮬리 그라스와 댑싸리, 그리고 억새꽃

 

메타세쿼이아길을 뒤로하고 하늘공원으로 올라간다. 하늘공원 탐방객안내소에 들러 엽서를 쓴다. 집으로 보내는 엽서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 1년에 두 번 배달되는 느린 엽서다. 언젠가 집에 도착할 그 엽서는 더께 앉은 생활의 공간에 잠시나마 햇볕 반짝이는 지난 가을의 향기를 전해줄 것이다.

 

탐방객안내소 앞에서 억새밭을 바라본다. 바람에 넘실대는 억새꽃 물결 위에 햇빛이 부서진다. 억새밭 둘레에 난 길로 걸었다. 그 길 옆에는 전망이 좋은 곳을 연결하는 길이 있다. 두 길을 오가며 전망도 즐기고 억새꽃도 즐겼다.

 

억새밭에 설치된 전망대에 올랐다. ‘하늘을 담는 그릇’이란 제목의 시설물이자 전망대다. 전망대를 한 바퀴 돌며 억새밭을 바라본다. 억새밭 뒤로 멀리 북한산 능선이 보이는 지점에서 걸음을 멈추고 그 풍경을 마음에 담았다. 억새밭 한쪽에 있는 코스모스 꽃밭에 사람들이 모여 든다. 사람 없는 곳 없지만, 코스모스에 묻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지난해 해바라기를 심었던 곳에 올해는 핑크뮬리 그라스와 댑싸리를 심었다. 핑크뮬리 그라스의 분홍빛이 오묘하다. 안개 입자보다 작은 분홍빛 알갱이들이 공중에 떠서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그 뒤로 댑싸리의 붉은빛이 이어진다. 그 주변에 하얗게 빛나는 억새꽃밭이 펼쳐진다. 황홀한 빛의 향연이다.

 

화사한 단풍 아래 차분하게 걷는 평화의 공원

 

그런 풍경을 두고 자리를 뜨기 쉽지 않았다. 어렵게 뗀 발걸음이 향한 곳은 연못과 오솔길이 좋은 평화의 공원이다. 평화의 공원 단풍나무 가운데 눈에 띄는 나무가 몇 그루 있다. 단풍 색이 다른 나무들보다 더 곱고 맑고 진하다. 그 나무들도 아직 때가 일러 이제 막 물이 들기 시작했다. 때를 맞춰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고 아직은 초록빛을 간직한 수양버들 아래 오솔길로 걸었다.

 

한적한 시골 들녘 같은 풍경을 지나 작은 폭포와 도랑물이 흐르는 곳에 놓인 돌다리를 건넌다. 장승이 서 있는 광장을 지나 평화의 공원을 벗어난다. 길은 월드컵경기장 오른쪽 불광천 단풍이 보이는 곳으로 이어진다. 그 길로 가다보면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앞 넓은 광장이 나온다. 그 앞 낮은 산이 매봉산이다.

 

월드컵경기장 주변에 있던 옛 마을 이름이 ‘풀무골’이다. 풀무란 불을 피울 때 바람을 일으키는 기구다. 불로 쇠를 달구고 녹이던 대장간에서 풀무는 없어서는 안 될 기구였다. 그래서 대장간이 많던 그 마을 이름이 풀무골이 된 것이다. 풀무골 대장간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지은 초가 대장간이 매봉산 자락에 있다.

 

광장 한쪽에 있는 정자에서 매봉산 자락길이 시작된다. 초가 대장간을 지나 데크길을 따라가다보면 백련산과 북한산이 보이는 전망대가 나온다. 그곳에서 정상까지는 멀지 않다. 매봉산 숲도 이제 막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매봉산 단풍은 가볍지 않다. 넓은 잎에 중후하게 물드는 단풍과, 데크길과 산길에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걷는 게 가을 매봉산 자락길의 매력이다.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