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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길

한양도성 순성길 세번째 낙산 능선길

by 오직~ 2017. 7. 15.

낙산공원 성곽 위에 서면 어디나 감동



한양도성 순성길 세번째, 낙산 구간을 걸었다. 한양도성 동대문인 흥인지문에서 출발해 한양도성 동소문인 혜화문에 도착했다. 성곽 안팎에 펼쳐지는 풍경에 걸음을 멈춰야 했던 시간이 많았다. 그 시간 모두 즐거웠다.


낙산, 조선시대 5대 명소 중 한곳

조선시대 한양도성의 성곽은 백악산(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의 산세를 이어 지어졌다. 그중 낙산은 궁궐의 동쪽에 있다. 풍수지리에서 ‘좌청룡’에 해당했다.

낙산은 현재 서울시 종로구 이화동·동숭동·창신동, 동대문구 신설동, 성북구·삼선동·보문동에 걸쳐 있다. 낙산은 낙타산, 타락산이라고도 한다. 낙타산은 산의 모양이 낙타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타락산(駝駱山)의 ‘타’(駝)와 ‘락’(駱) 또한 낙타라는 뜻이다. 타락산이란 이름의 유래에는 또 다른 설이 있다. 조선시대 궁궐에 우유를 공급하던 유우소(乳牛所)가 낙산에 있었다고 해서 타락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타락은 우유의 다른 말이다.

낙산은 조선시대 한양도성의 5대 명소로 꼽히던 곳이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푸른 숲이 어울려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었다. 그 경치를 두고 쌍계동이라고 이르기도 했다. 1500년대 중반에 한양에 살던 최경창이라는 사람이 지은 시에 낙산은 구름 안개 자욱한 동쪽 봉우리로 묘사됐다. 신장이라는 사람은 낙산 기슭에 지은 정자 이화정에서 술에 취하여, 30년 전 어느 봄날 여기 와서 놀았는데 그때 함께 춤추고 놀던 사람들을 볼 수 없다는 내용의 시를 짓기도 했다. 조선시대 최초의 백과사전인 <지봉유설>이 집필된 곳도 낙산이다. 지봉 이수광은 낙산 중턱 초가에서 <지봉유설>을 완성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부터 낙산은 청풍명월의 기운을 잃게 된다. 일제강점기에 조선 사람들이 낙산에 움막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그 움막촌을 토막촌이라고 했다. 나라 잃은 사람들의 고달픈 일상이 그곳에도 모여 있었다.


한양도성 성곽길에서 본 풍경

한양도성 성곽 위로 달이 떠올랐다

한양도성의 동대문인 흥인지문 옆에 성곽이 보인다. 성곽 안과 밖에 길이 있는데 성곽 안쪽 길로 걷는다. 성곽길로 접어들기 전, 인도 쪽 성곽 돌에 한자가 새겨져 있다. 한양도성을 건설할 당시 참여했던 사람들의 직책과 이름이다. 전에는 성곽 밖 도로에서 볼 수 있었는데, 성곽 보수공사를 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성곽을 따라 걷는다. 낙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올라가면서 간혹 뒤를 돌아본다. 그때마다 흥인지문과 그 주변 풍경이 다르게 보인다. 성곽 안쪽은 종로구 종로6가다. 성곽 밖은 종로구 창신동이다. 종로6가 낙산 기슭에 기와집이 몇채 남았다. 성곽 옆 정자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여 더위를 난다. 느린 부채질에 바람이 순하게 인다. 옛이야기에 시간이 흘러간다.

성곽을 따라 오르막을 오르다 뒤를 돌아본다. 낙산 기슭에 다닥다닥 들어선 창신동 산비탈 마을과 동대문 상가 빌딩이 대조적이다. 성곽길을 벗어나 골목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좁고 가파른 계단과 벽화로 유명한 이화마을이다. 이화마을 골목길을 구경하고 다시 성곽길로 접어든다.


흥인지문

19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을 구멍가게를 지나 카페가 있는 골목을 벗어나면 정자가 있다. 전망 좋은 곳이다. 동대문 일대, 남산 언저리, 서울 도심, 평창동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산, 안산,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 줄기가 서울을 품듯 날개를 펼친 형국도 보인다.

인왕산과 북악산 사이로 해가 진다. 해 진 뒤 미명에 의지해 성곽길을 따라 낙산공원에 도착했다. 도로를 내면서 성곽이 끊겼다. 끊긴 성곽 위에서 도로 건너 다른 쪽 성곽을 바라본다. 성북구 일대는 물론, 멀리 북한산 능선도 보인다.

성곽을 따라 내리막길을 걷는다. 성곽 위로 달이 떠올랐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달은 빛났고 가로등에 불도 켜졌다. 성곽을 비추는 조명에 낮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달빛 아래 서울 도심의 불빛이 반짝인다. 그런 풍경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낙산에 부는 선선한 바람 속을 걷고 있었다.


이화마을

서울 도심을 덮은 먹구름, 작살 같은 빗줄기

낙산의 밤 풍경과 낙산에서 보는 야경에 취해 도착 지점인 혜화문까지 가지 못하고 대학로로 내려왔다.

다음 날 다시 낙산으로 향했다. 흥인지문에서부터 다시 걸었다. 성곽을 따라 전망 좋은 곳에 도착할 즈음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낙산에서 소나기를 만났다. 전망 좋은 곳에 있는 정자에서 비를 피할까 했는데, 비가 제법이다. 이화마을 꼭대기 골목길에 있는 카페에 들렀다. ‘훙훙’ 부는 바람에 먹구름이 서울 도심 하늘을 뒤덮었다. 사위가 컴컴해졌다. 카페에서 바라보는 시야는 한계가 있었다. 카페에서 나와 전망 좋은 곳에 도착했다.

동대문 일대와 남산, 안산, 인왕산, 북악산을 아우르는 옛 한양도성 전체가 먹구름에 덮였다. 하늘에서 지상의 어느 한곳으로 빛기둥이 내리꽂혔다. 번쩍이는 불빛에 먹구름 아래 서울 도심이 순간 반짝거렸다. 공기를 찢는 천둥소리가 뒤를 따랐다. 빗줄기는 갈수록 사나워졌다.

어제는 일몰, 오늘은 소나기다. 전망 좋은 곳에서 만난 파란 하늘, 울긋불긋 노을, 먹구름 빗줄기, 다 감동적이다. ‘감동, 깊이 느껴 마음이 움직이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작살같이 내리꽂히는 빗줄기 속으로 들어갔다. 낙산공원 한양도성 성곽 밖에 난 길을 따라 내리막길을 걸었다. 먹구름 아래 비의 장막 저편에 혜화문이 보였다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http://www.seouland.com/arti/society/society_general/223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