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젖은 신발 - 이정록

by 오직~ 2016. 6. 25.

 

젖은 신발

 

아이들 운동화는
대문 옆 담장 위에 말려야지.
우리 집에 막 발을 내딛는
첫 햇살로 말려야지.

 

어른들 신발은 지붕에 올려놔야지.
개가 물어가지만 않으면 되니까.
높고 험한 데로 밥벌이하러 나가야 하니까.

 

어릴 적에, 할머니께서 가르쳐주셨지.
북망산천 가까운 사랑방 툇마루에
당신은, 당신 흰 고무신을 말리셨지.

 

노을빛에 말리셨지.
어둔 저승길, 미리 넘어져보는 거야.
달빛에 엎어놓으셨지.
저물어도 거둬들이지 않으셨지.

 

마지막은 다 밤길이야.
젖은 신발이 고꾸라져 있었지.

 

-<서정시학> 2014 여름호 수록-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747746.html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완당  (0) 2016.08.21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생 - 신형철  (0) 2016.08.04
목고리 - 황인숙  (0) 2016.05.27
깊은 계곡 응달의 당신 - 이영광  (0) 2016.05.27
슬픈 당나귀들의 포기할 수 없는 헛발질 - 최성각  (0) 2016.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