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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에 직면할 차기 대통령 - 김종대

by 오직~ 2014. 10. 2.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55431.html

 

 

 

 

남북 사이에 평화공존을 정착시키지 못한 채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매우 심각한 안보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징집 대상인 18살 남성 인구는 2010년 36만명 수준에서 2020년 26만5000명으로 대폭 줄어든다. 반면 60여만 한국군의 병력수요는 그대로 유지되어 2022년이면 징집 대상자의 98%가 군에 입대해야 한다. 외형적으로 뚜렷이 구분되는 장애인을 제외하고는 저학력자, 정신이상자, 신체허약자, 전과자, 동성애자까지 모두 군에 가야 한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는 병력감축과 군 구조조정 같은 국방개혁을 전혀 하지 않았다. 더불어 징집 병사를 상당부분 부사관으로 교체하여 국방인력의 선진화·전문화를 도모하려는 노무현 대통령 당시의 국방개혁을 “돈이 없다”며 전부 무효화했다. 2014년 기준으로 8만6000명의 군대 내 관심병사와 연간 2만여명의 입실환자, 연간 7000명의 범죄자, 연간 600여명의 군무이탈자, 연간 100여명의 자살자, 연간 400명에 육박하는 자살우려자는 2020년경이면 훨씬 더 늘어나 있다. 이로 인해 빈혈 상태에 빠진 우리 병영에서 지휘관들은 전투발전을 도모하기보다는 군 조직 유지도 벅찰 것이다.

 

이런 상황을 회피하려면 현행 21개월인 군 의무복무 기간을 24개월 이상으로 다시 늘려야 하는데 이건 더 큰 재앙이다. 대학과 군대, 취업 재수까지 마친 우리나라 청년들의 사회진출 연령은 서유럽에 비해 6년 이상 늦다. 게다가 정년이 짧은 한국의 취업구조에서 군의 복무기간이 늘어난다면 일할 사람을 군에 빼앗긴 한국 경제는 성장동력이 급격히 고갈된다. 더군다나 2040년이면 국가는 2010년의 절반 인구로 줄어든 반 토막 국가가 되리라고 예견되는 상황이다. 군 복무를 18개월로 더 줄이거나 취학연령을 낮추지 않으면 활력을 잃은 우리 사회는 추락의 절벽으로 내몰릴 것이다. 결국 군 복무기간 연장은 사회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다. 한편 차기 대통령은 재임기간에 군 병력을 무조건 10만명 이상 감축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재임기간에는 병력을 전혀 줄이지 않은 채로 2026년까지 군 병력을 52만명으로 줄이도록 한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물려주었기 때문이다. 군을 줄이지 않으면 국가가 결딴난다는 점을 잘 아는 박근혜 대통령이지만 자신의 재임기간에는 전혀 그 부담을 지지 않고 차기 정부에 떠넘겼다.

 

지금 군을 개혁하지 않으면 차기 정부에서의 군은 그 하부로부터 조직과 시스템이 붕괴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 위기가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 군의 개혁을 도모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렇게 군의 혁신에 실패한다면 이는 곧 국가의 실패로 직결될 수도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어쩌면 구타와 가혹행위가 드러난 지금을 그런 불행을 예방하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장기적 안목에서 군과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고 바로 지금 개혁에 착수하려는 움직임이 유독 박근혜 정부에서만 사라졌다. 국가의 미래를 기획하는 전략가가 없이 현재 위기 대응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다. 예비역들은 군을 소수정예화하자고 하면 “김정은이 좋아할 일”이라고 반대하며, 군은 개혁을 마치 남의 일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 김정은이 좋아할 일을 하는 사람은 바로 박근혜 정부와 이를 정치적으로 응원하는 예비역 단체들이다. 그들이 개혁을 방해하면 할수록 군은 더 선진적 운영과 멀어지고, 21세기 문명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전근대적인 악습과 부조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된다. 이런 한국군을 김정은이 왜 마다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