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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목격했다 - 여현호

by 오직~ 2014. 5. 11.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36103.html

 

 

 

 

그래도 그런 사고는 이번과 다르다. 성수대교 붕괴에선 함께 사고를 당하고도 다행히 무사했던 의경들이 구조에 나섰고, 소방대와 119구조대도 바로 출동했다. 후임 서울시장은 한강다리들에 대한 전면 안전점검에 나섰다. 삼풍백화점 붕괴에선 잔해를 헤집으며 헌신적으로 생존자를 찾던 소방관들이 있었고, 기적적인 생환도 있었다. 적어도 사고 이후엔 국가가 살아 있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몇 년 뒤 외환위기에서 금모으기 운동이라도 가능했을 것이다.

 

지금은 아니다. 정부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아무 일도 하려 들지 않는 모습을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영웅담도, 감동도 없이 그저 집단적인 절망과 자책감만 남았다. ‘이게 나라냐’는 한탄은 국가와 정치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으로 깊어졌다. 이민 가고 싶다는 말이 미래세대에게서부터 나온다. 대형재난에선 으레 나오던 성금 모금도 불이 붙지 않는다. 모두의 책임이라는 식의 쉬운 위로로는 풀리지 않을 정도로 상처들이 깊은 탓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