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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본소득제’를 외치고 쟁취할 때다 - 홍세화

by 오직~ 2014. 3. 16.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28121.html

 

 

 

 

공부가 부족함에도 기본소득제에 강하게 끌리게 된 데에는 한때 두 아이와 함께 아무 연고도 없는 땅에 떨어져 “불안은 인간 영혼을 잠식한다”는 명제를 절감해야 했던 개인적 경험이 작용했을 것이다. 거기서 보편복지인 가족수당과 무상교육, 선별복지에 속하는 주거수당의 혜택을 받아, 인간 영혼이라고 부르든 존엄성이라고 부르든 덜 훼손된 채 살아남은 자로서 이 땅에서 속절없이 이어지는 죽음의 행렬, 여간해서는 신문의 한쪽 기사에도 오르지 않는 죽음의 행렬 앞에서, 그 행렬에 오르기 전이어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지만 그래도 눈에 잡히는 “죽지 못해 살아가는” 존재들의 강요된 굴종과 참담함 앞에서 무감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본소득에 대한 문제제기는, 또 하나의 복지정책(전략)이 아니라, 오늘의 세계와 인간성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라고.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존재 그 자체로 삶을 존엄하게 영위할 권리를 가지며, 사회와 국가는 어떤 조건도 없이 이 영토에 존재하는 모든 개인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름 아닌 잔혹성의 한계를 잃어버린 자본주의 체제와 이 체제가 강제하는 삶의 공포 앞에 짓눌린 우리에게 지금과는 다른 세계, 다른 삶의 형식을 발명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 묻는 질문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