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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민주화의 꽃이라는 착각 - 정문태

by 오직~ 2013. 6. 24.

 

 

http://goo.gl/Ge7hA

 

 

 

 

‘민주주의의 어머니’라 불렸던 그이를 떠올리며 첫 질문으로 버마학생민주전선(ABSDF)을 뽑아들었다. 1988년 민주항쟁 유산을 안고 국경 산악전선으로 빠져나와 반독재 민주화를 외치며 무장투쟁을 벌여온 학생군을 아웅산수찌가 아들딸로 여기며 따듯이 감싸 안으리라 여겼던 내 기대는 날카롭게 되받아치던 그 한마디로 산산이 부서졌다.

 

“대체 뭐가 잘못인가? 무슨 돈이든 좋은 데 쓰면 되지.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번다.” 이건 올해 초 민족민주동맹이 군부와 선을 단 무기·건설 재벌들로부터 24만달러가 넘는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폭로되었을 때 아웅산수찌가 했던 말이다. 이즈음 시민사회에서는 아웅산수찌의 도덕성에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맞댄 아라칸주에서 무슬림과 불교도의 충돌로 수백명 사상자를 내고 있는 로힝자(Rohingya) 인종·종교분쟁도 마찬가지다. 침묵으로 일관해 온 아웅산수찌는 올 6월 초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는 말로 현 상황을 악화시키고 싶지 않다”며 마지못해 한마디 했지만 분쟁의 본질과 해결책에 전혀 접근하지 못했다.

 

아웅산수찌가 왜 이럴까? 그 답은 간단하다.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6월6일 세계경제포럼에서 아웅산수찌는 “대통령이 되기 싫은 척한다면 거짓이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듯이 일찌감치 2015년을 향해 표몰이에 나선 상태고, 버마사회 주류인 버마족과 불교도 그리고 군부와 재벌들 비위를 거스르고는 대권을 잡기 힘들다고 판단한 탓이다. 하여 재벌자금 사건에서도, 까친 분쟁에서도, 로힝자 분쟁에서도, 광산개발 반대투쟁에서도 침묵을 통해 다수표를 계산해 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