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스토리에
인간의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 불 수 있는 이런 영화가 좋다.
격하게 감정이 휘몰아치지도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몰입되어 감정이입되는 감동..
당당한 분노를 표출하며 해결해나가는 인간의 의지가 빛난다.
사람은 단순하면서 단순하지 않으며
선인과 악인이 따로 있지 않으며
세상 살아가는 데에 '선한 인간'이 주는 긍정의 힘을 보여준다!
분노는 더 큰 분노를 야기시킨다...
희망을 갖기보다는 노력을 한다...
감독 : 마틴 맥도너 2017
배우 : 프랜시스 맥도먼드(밀드레드), 우디 해럴슨(윌러비), 샘 록웰(딕슨)
20180315씨네큐브광화문
“내 딸이 죽었다”, “그런데 아직도 범인을 못 잡았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윌러비 서장?”
미국 미주리주의 작은 마을 에빙. 7개월 전 딸을 잃은 엄마 밀드레드(프랜시스 맥도먼드)는 마을 외곽의 버려진 대형 광고판 3개를 임대해 이 같은 문구를 적어넣는다. 미해결로 남은 딸의 살인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경찰의 무능을 꼬집고자 도발적인 방법을 택한 엄마. 이 광고판은 금세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되고, 경찰은 난처한 상황에 놓인다.
여기까지만 보면, 멍청하거나 혹은 게으른 공권력을 대신해 딸을 죽은 범인을 찾아 정의를 실현하려는 한 여인의 외로운 싸움을 그리는 사회 고발성 영화인가 싶다.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려는 찰나, 영화는 관객의 짐작을 배반한다. ‘2018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쓰리 빌보드>(15일 개봉)는 절망과 희망, 비극과 희극을 정교하게 교차시키며 ‘이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진정한 힘은 어디에서 오는지’에 관한 깊은 깨달음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선-악의 단선적 구도로 설명할 수 없다. 범인을 잡지 못한 무능한 경찰로 보였던 윌러비 서장(우디 해럴슨)은 사실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심지어 암에 걸려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를 따르는 부하 딕슨(샘 록웰) 역시 다혈질에다 몹쓸 인종차별주의자인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꽤 괜찮은 경찰로서의 품성’을 가지고 있다. 반면, 모성 넘치는 전형적인 어머니로만 보였던 밀드레드는 딸이 죽던 날 폭언을 퍼부은 탓에 그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죄책감에 휩싸여 있다.
마틴 맥도나 감독은 여러 인물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흑백 논리에 따른 손쉬운 판단을 유보하도록 만든다. 밑바닥엔 딸을 잃은 엄마의 슬픔이 깔려 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과 대사는 서글픈 웃음을 불러일으키며 블랙코미디의 외피를 구축한다.
정작 이 사태를 야기한 살인범의 정체는 드러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은 나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나의 무고함을 보여주기 위해 책임을 바로 옆 누군가에게 돌리려 한다. 영화 속 대사처럼 “분노는 분노를 낳는 법”이다. 영화는 인간 군상이 서로 부대끼는 모습 속에서 인종차별,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편견 등 미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 사회적 문제도 꼼꼼히 짚는다. “경찰이 흑인을 고문하느라 범인을 잡을 시간이 없다”는 밀드레드의 말처럼 스쳐 지나가는 대사 한 줄에도 문제의식을 녹여내는 식이다.
절망과 낙담의 끝에서도 영화는 결국 ‘희망’을 말한다. 편견과 차별이 난무하는 무겁기만 한 세상이지만 이는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버텨 살아내야 할 터전이라고, 때론 불의하고 괴팍하고 얄미울지라도 고통스러운 세상을 함께 헤쳐나갈 사람은 바로 옆의 그 이웃이라고 말이다. 영화의 말미, 밀드레드와 딕슨의 동행은 그 끝이 어디든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희망을 향한 연대를 상징한다.
딸을 잃고 황폐해진 마음속 슬픔과 분노, 회한을 섬세하고 강렬한 카리스마로 표현해낸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연기는 영화의 흡인력을 배가시킨다. 딕슨 역의 샘 록웰도 영화를 단단히 받쳐주는 힘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카데미가 이들에게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안긴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movie/834730.html#csidx3fda38d7ab671bb8b6df8e779c8b1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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