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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을 찾아서

다가오는 것들 _ 미아 한센 러브

by 오직~ 2016. 11. 5.

"40대가 되면 여자도 아니다."

중년의 여인에게 다가오는 것들(Things to come)을 순순히 받아 들인다.

가끔 남모르게 흘리는 아픈 눈물로 삭일 뿐.

이혼, 어머니의 죽음, 자식의 독립, 일선에서 밀려나는 소외, 늙음

그저 평범하게 흐르는 일상을 비춰주는 영화는

황혼을 향해가는 인생을 담담히 담는다.




감독 : 미아 한센 러브 2016作

배우 : 이자벨 위페르(나탈리), 로만 코린카(파비앵)

20161105 대한극장 with영미




고등학교 철학교사인 나탈리(이자벨 위페르).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또 투정이 잦은 딸로 지내는 나탈리의 일상은 바쁘지만 활기 있고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후 나탈리의 견고했던 생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나탈리는 외도 사실을 알리는 남편에게 뜻밖에도 “왜 그걸 말해. 묻어두고 살 순 없었어?”라고 반응한다. 그녀는 무엇보다 이 안온한 일상을 흔드는 균열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공포를 회피할 퇴로가 막혀버린다. 연이어 엄마가 죽고, 아이들은 각자 바빠 그녀의 품을 떠나며 나탈리의 일상은 이전과 사뭇 달라진다. 흥미로운 지점은, 미아 한센-러브 감독이 이 지독한 균열 앞에서 나탈리에게 격앙된 감정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자부심을 갖고 집필해온 철학 총서를 트렌드에 맞게 바꾸는 작업에서 밀렸을 때도, 그녀는 순순히 받아들이는 쪽을 택한다. 나탈리가 바라보는 중년의 자신은 엄마가 기르던 “늙고 뚱뚱해서”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는 고양이 ‘판도라’ 같은 처지이고, 그녀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향한 이 처우를 감내한다. 하지만 변화가 꼭 재앙인 것은 아니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있는 동안 쭉 같이 들었던 브람스와 슈만이 ‘지겨웠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젊은 제자의 차에서 나오는 포크송을 ‘좋다’고 느낄수 있게 된다. 더불어, 변화한 생활에 자유와 해방감을 얻는다. 나탈리의 쓰라린 상처를 덮지 않고 지켜보는 감독의 집요한 연출, 그리고 예민한 촉을 가진 이자벨 위페르의 연기가 이 변화의 결들을 뭉뚱그리지 않고 세밀하게 포착해낸다.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5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