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거움을 찾아서

끝까지 간다 _ 김성훈 / 범죄소년 _ 강이관

by 오직~ 2015. 5. 7.

<끝까지 간다>

감독 : 김성훈 2013作

배우 : 이선균, 조진웅

20150506TV

 

강력반 형사 고건수(이선균)는 감찰반이 들이닥쳤다는 소식에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급히 경찰서로 향한다. 가는 길에 사람을 친 건수는 당황한 나머지 얼떨결에 사체 유기까지 하고 만다. 모든 걸 무사히 덮었다는 안도감도 잠시, 그의 범행을 알고 있는 정체불명의 목격자 박창민(조진웅)으로부터 협박전화가 걸려오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꼬여가기 시작한다.

한놈만 팬다. 아니, 한놈만 따라간다. 서스펜스란 각자가 ‘나는 알고 너는 모른다’고 믿는 정보들을 가지고 노는 한판의 카드게임과 같다. 상대를 속이기 위해선 상대로 하여금 모든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틈을 주지 않는 건 언제나 잘 먹히는 기술 중 하나다. <끝까지 간다>는 특별한 반전이나 숨김 패에 주력하는 영화는 아니다. 대신 한눈팔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끝을 향해 치고 달려나간다. 곁가지를 과감히 쳐내고 오직 한 인물, 한 사건에 집중한 덕분에 영화의 호흡은 실제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온다. 속도는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팽팽한 긴장감은 자연스레 관객을 빨아들인다.

주목해야 할 건 영화 속 상황이 끝날 것 같을 때 끝나지 않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을 때 갑자기 넘어가버린다는 사실이다. 요컨대 좋은 의미에서 관객의 기대를 끊임없이 배신한다. 시작부터 당겨진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되는 비결은 여기에 있다. <끝까지 간다>는 팽팽히 당겨진 전개에 피로를 느낄 만한 타이밍마다 위트 있는 상황과 웃음 코드를 배치해 관객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몰입을 한층 끌어올린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스릴러와 블랙코미디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뒤엉켜 섞여있는 모양새인데 상승효과는 훨씬 크다. 이처럼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섞은 템포의 조절은 결국 ‘서스펜스의 대연쇄’로 이어진다.

여기서 돋보이는 것은 속도를 떨어뜨릴 만한 요소를 가차 없이 쳐내버리는 과감함이다. 영화는 도드라지는 몇몇 요소나 장면에 매달리기보다 다음 장면으로의 연쇄, 연결을 우선한다. 덕분에 종종 노출되는 사소한 허술함 따위는 흐름에 금방 묻힌다. 전반부 1시간은 특히 더 좋고 후반에 추진력이 떨어지는 순간들도 없지 않지만 흐름을 깨뜨릴 정도는 아니다. 과도한 의미 부여 없이 장르영화가 해야 할 몫만 하고 빠지는, 깔끔한 재미가 돋보이는 오락영화다.

http://www.cine21.com/movie/info/movie_id/39547

 

 

 

 

 

 

 

 

 

 

 

 

<범죄소년>

감독 : 강이관 2012作

배우 : 이정현, 서영주, 전예진

20150507곰TV

 

지구(서영주)는 친구들과 함께 빈집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주인을 밀치고 황급히 도망친다. 지구는 특수강도 상해죄로 학교 앞에서 체포되고 소년원으로 보내진다. 소년원 생활이 1년이 다 되어가던 무렵, 엄마 효승(이정현)이 지구를 면회하러 온다. 어린 시절 집을 나간 뒤 소식 한번 없던 엄마다. 임시출소한 지구는 엄마를 따라나서지만 효승은 아들과 함께 살 변변한 거처조차 없다. 한편 지구는 여자친구 새롬(전예진)이 집에서 가출한 뒤 청소년 쉼터에서 지내고 있음을 전해 듣는다. 자신 때문에 미혼모가 된 새롬을 찾아간 지구는 용서를 구하지만, 새롬은 지구를 아는 척도 안 한다.

‘범죄소년’이라는 제목은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으로서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해 형사책임을 지는 자”라는 뜻으로 실제 쓰이는 법률용어다. 5개월 동안 소년원, 경찰서, 청소년 쉼터 등을 돌며 시나리오를 쓴 강이관 감독은 연일 뉴스를 도배하는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소년범죄를 소재로 끌어오는 대신 빈곤과 범죄의 악순환이 어디서부터 비롯되는지를 따져보자고 제안한다. 과연 그들의 불행은 그들이 선택한 결과일까. “모든 게 다 내 탓!”이라고 흐느끼는 효승을 안아줄 때 지구는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 범죄자라는 DNA를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이식된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야기 구조만 놓고 보면 도식적인 구석이 없진 않다. 하지만 <사과>가 그러했듯이, 강이관 감독은 인물들간 미묘한 감정의 파장들을 촘촘하게 그려냄으로써 이러한 약점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배우들을 언급할 때 맨 먼저 이정현, 서영주, 두 주연배우를 꼽아야겠지만, 실감나는 연기를 펼친 판사 역의 서영화도 빼놓을 수 없다.

http://www.cine21.com/movie/info/movie_id/34449

 

 

 

 

 

 

 

 

 

 

 

 

 

 

 

 

 

 

 

 

'즐거움을 찾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란방 _ 첸 카이거  (0) 2015.05.12
김씨표류기 _ 이해준  (0) 2015.05.07
리바이어던 _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0) 2015.04.01
소셜포비아 _ 홍석재  (0) 2015.03.16
Whiplash _ 데미언 채즐  (0) 201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