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책자에는 "毘盧殿". 지금은 대웅보전이다. 비로자나불이 모셔져 있는데 왜 건물 이름을 바꿨는지..
초록빛 들판
무르익어가는 곡식
바야흐로 강산이 세 번은 바뀌었나
기억속의 그곳은 눈 앞의 이곳보다 정감 있고 향수가 어려있어 그리운 곳이었지.
운문사는 깊다!
닿은 듯 했나 하면 또 다시 털털대고 수몰지구 사이로, 숲으로 그늘진 외길로 달리는 버스...
경산-자인-남산면-동곡-대천-운문사
더이상 꼬불릴 수 없는 빠마 머리, 더 이상 성한 데 없는 몸의 여인네들
버스 한번 올라타고 내리기가 어렵기 그지없다.
저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이 나라 농촌은 텅 비겠지.
뙤약볕 찬란한, 관광객 드문 종점에 달랑 떨구어지다.
객지가 자꾸 밀어내는 듯한 낯설음을 풀려면 여행의 첫날은 스스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잠자리를 정하고 에너지도 충전하고 새로운 공기에도 젖을 겸 적당한 식당을 찾는 일이 우선
그리하여 가장 맛없는 산채비빔밥을 운문사 앞에서 만나다.
그 옛날,,
흐르는 계곡 옆에 휘장을 치고 막걸리와 전 파는 먹거리가 즐비했던 엉성한 소박함(!)은 어디로 갔나
운문사를 거닐다.
솔향이 맞아주다.
평평한 평지에 재미없는 배치지만 분위기는 정갈하고
비로전(대웅보전)의 비로자나불이 투박한 모습으로 앉아 계시니 좋다!
처진 소나무와 만세루 위로 흰구름은 흐르고..
솔향의 싱그러움은 위안이다.
새로 단장한 사리암 가는 길로 산책,, 여행 첫날의 가벼운 몸풀기로는 그만
해질녘, 스님들이 북치고 종치는 모습까지 제대로 만끽하다.
관광객들이 조금만 예의를 차렸다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은 부질없이 일고
소나무의 향과 사찰 주변을 감싸고 있는 공기는 꼭 안고 간다!
2013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