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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을 찾아서

돌이킬 수 없는 (Irreversible) _ 가스파 노에

by 오직~ 2011. 2. 13.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의 의도는 알겠으나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영화, 정말 취향 아니네~

 

 

"과시하기 좋아하는 스타일의 가스파 노에는 <돌이킬 수 없는>을 엔딩 크레딧과 함께 시작하고는, 열두개의 에피소드들을 시간의 역순으로 늘어놓는다. 첫 에피소드에서 카메라는 침대 위에 나체로 앉아 있는 뚱뚱이(필립 나혼)를 비추고는 밖으로 빠져나가 혼란스런 거리로 내려앉아, 경찰차로 끌려가는 두 사내를 보여준다.

그들은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 두 번째 시퀀스는 연행 바로 전에 일어났던 일을 소개한다. ‘클럽 렉텀’(直腸)이라는 우스운 이름의 어두운 섹스 지하감옥을 찾아가는 이 미치광이들을 쫓아가는 것이다. 이들은 ‘르 테니아’(촌충)라는 이름의 사내를 추격 중이다. 하지만 이 지옥 같은 사도마조히즘의 혼란스런 클럽에서, 그들은 또 다른 사람의 두개골을 소화기로 내리쳐 부숴놓고 만다. 다시 이어지는 시간 역순의 세 번째 시퀀스. 마커스(뱅상 카셀)와 피에르(알버트 듀퐁텔)는(이제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안다) 렉텀을 찾기에 바쁜 나머지 이민민 운전사가 모는 택시를 마구 부숴놓는다.

그럼 이들은 대체 왜 이리 바쁜가? 지난 칸영화제에서 미리 잘 고안되고 예측된 스캔들을 낳았던 <돌이킬 수 없는>의 중심 에피소드는 마르커스의 아름다운 여자친구(모니카 벨루치)가 르 테니아라는 녀석에게 지하도에서 잔혹하게 강간당하는 사건이다. 이 의도적인, 그리고 성공적으로 충격적인 악(惡)은 러닝타임 8분 정도지만 이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진다. 고깃덩이를 드디어 찾아낸 노에의 카메라는 바퀴 돌리기를 멈추고 둥지를 틀고 앉아 이 역겨운 스펙터클을 곤죽이 될 때까지 이빨로 씹고씹고 또 씹어댄다. 이것으로써 임무는 완수됐다.

<돌이킬 수 없는>은 계속 시간의 뒤로 좇아가 파티와 베드룸 신들을 보여주고는 2001년의 한 포스터에 시선을 멈추어, 관객에게 ‘잃어버린 낙원’의 이미지를 선사한다. 비슷한 플래시백 구조를 사용했던 인디 히트작 <메멘토>와 달리, <돌이킬수 없는>은 서스펜스에 의존하지 않는다.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게 하는 특유의 일관성을 <메멘토>에 부여했던 내부적인, 기억상실증 같은 논리에는 신경도 안 쓴다. 끝에서 처음까지- 혹은, 의도와 무관하게 웃긴 맨 처음의 끝장면부터 숭고해 보이고자 애쓴 마지막의 첫 장면까지- 노에의 모험활극은 속임수를 곁들인 선정성(exploitaion) 영화다. 그리고는 나혼의 입을 빌려, 새삼 논할 가치도 없는 얄팍한 철학 한줄을 덧붙인다. “시간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 아, 물론이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그 증거를 원한다면, <돌이킬수 없는>과 90분을 보내보라. 당신은 그 아까운 시간을 절대 돌려 받지 못할 것이다. - 짐 호버먼<빌리지 보이스> 2003. 3. 5"

 

 

 

감독 : 가스파 노에 2002作

배우 : 뱅상 카셀(마르쿠스), 모니카 벨루치(알렉스), 알베르 뒤퐁텔(피에르)

20110213d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