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거움을 찾아서

시 _ 이창동

by 오직~ 2010. 5. 27.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 언제였지?

'되돌아보고 느끼고 아름답게 살아라'는 부드러운 훈계도 받는다.

뭐라고 표현될 수 없는 인간의 다양한 내면(상처, 사랑, 분노, 아름다움..)을

한가지씩 들어내서 관객에게 감동을 준다.

감독이야말로

'사람'을 잘 '보는' 사람인 듯하다.

그의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사람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거칠고 투박하게, 때로는 소리없는 아픔으로 흐른다.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 아네스의 시 -

 

 

 

감독 : 이창동 2009作

배우 : 윤정희, 김희라, 이다윗

20100527중앙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