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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을 찾아서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_ 류승완

by 오직~ 2008. 8. 26.

 

 

노인을 위한 영화가 아니다. <다찌마와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이하 <다찌마와리>)의 전략은 좀더 젊은 감각의 뻔뻔하고 과감한 패러디와 유희 정신이다. ‘더러운 죄악에 종지부를 찍을 내 주먹을 사라’, ‘조국과의 사랑을 배신한 그녀는 간통죄’, ‘당신은 내 마음의 세입자’ 같은 대사들을 그저 듣기만 하면 웃기긴 한데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하며 하여간 도대체 뭔 영화인가 싶다. 그건 마치 저 멀리 할리우드의 포복절도 코미디 ZAZ사단으로 시작해 총알탄 사나이와 악수하고 패럴리 형제와 어깨동무하며 가까운 이웃 주성치에게 눈길 한번 주면서 바로 우리 세대의 ‘디씨갤’로 귀환하기까지, 오직 웃음 하나만 보고 질주하는 거대하고 호방한 농담의 세계다. 오리지널이기도 한 류승완 감독의 이전 인터넷 버전의 중편 <다찌마와리>(2000)로 예습한 감각이 남아 있다면 기꺼이 이번 열차에 승차하는 게 그리 힘들지만은 않을 것이다. 류승완은 100% 후시녹음으로 태연하게 문어체 대사들을 늘어놓는 이전 다찌마와리 캐릭터를 그대로 둔 채, 홍콩과 도쿄를 오가며(종종 직접 가지 않고 홍콩과 도쿄의 자료화면만 가져다 썼던) 60∼70년대 반짝 인기를 끌었던 한국형 첩보액션영화와 ‘일본놈’을 공공의 적으로 삼아 만주를 무대로 했던(사실은 한강 둔치) 이른바 ‘만주 웨스턴’의 스케일을 덧씌웠다. 뱅글뱅글 돌며 외팔이의 원심력을 이용한 액션의 정점을 보여줬던 <서극의 칼>에 오마주를 바친다는 류승완 개인의 액션 연출도 꽤 근사하게 목적지에 다다랐다.

 

<다찌마와리>는 2000년 버전과 전략은 같되 계속 장소를 이동하는 로드무비의 구조로 승부를 건다. 대관령 어디로 보이는 스키장을 스위스의 설원이라 우기는데 거기에는 스위스은행 축협지점이 당당하게 고액의 수수료를 받으며 영업 중이고, 김구 선생처럼 보이는 분께서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아리수가 흐르는 압록강과 두만강에서 애교머리를 길게 휘날리며 모든 사자성어를 총동원해 조국의 안위를 걱정하며, 미국 프린스턴 대학생들은 영어회화 테이프를 그대로 재생시키는 것 같은 교과서 대화만을 나누며 단조로운 캠퍼스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사실 이것은 최근 한국 코미디영화에서 상황의 코미디 혹은 캐릭터의 코미디를 넘어 모든 금기와 권위를 조롱하는 혁신적 감각이다.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모든 것의 뻔뻔한 집합체이면서도 사실은 그 어디에도 정붙이지 않고 낄낄대는 노련함이라고나 할까. 해외 로케이션의 블록버스터처럼 보이려는 귀여운 눈속임부터, 번역자막을 읽지 않아도 뻔히 들리는 외국어들을 굳이 자막으로 처리하는 <개그콘서트>식 속도 개그까지 <다찌마와리>는 무질서한 듯하면서도 사실은 굉장히 정련되고 세련된 유희로 나아간다. 웃길까 말까 망설이는 것 같은 후반부 설원 봅슬레이 액션의 성격만 명확하게 했었어도 이 로드무비는 꽤 완벽한 여행으로 끝났을 것 같다.

주성철 글

 

 

피식, 마치 비웃듯 웃는 웃음만 간간이 흘리고나니 영화가 끝.

"노인을 위한 영화가 아니다" (?)

그렇다~~~

감독의 유쾌함이 좋아서 영화보다.

 

 

감독 : 류승완,2008作

임원희, 류승범, 공효진, 오지혜

20080819서울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