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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해로 꾸미고 싶은 12달...

by 오직~ 2006. 1. 31.

 

 

물에 얼굴을 비추지 말고 사람에게 비추어 보아야 합니다. (1월)

 

 

 

 

 

 

불구자가 밤중에 아기를 낳고

급히 불을 들어 비춰 보았다.

급히 서두른 까닭은 혹시 자기를

닮았을까 두려워서 였다. (2월)

 

 

 

 

 

 

아름다운 도자기가 익고 있는 가마

아궁이 앞에 앉아서 생각합니다.

우리와 우리들의 삶을 저마다의

훌륭한 예술품으로 薰陶해주는

커다란 가마를 생각합니다. (3월)

 

 

 

 

 

 

목표의 올바름을 선(善)이라 하고 목표에 이르는

과정의 올바름을 미(美)라 합니다.

목표와 과정이 함께 올바를 때

진선진미(盡善盡美)라 합니다. (4월)

 

 

 

 

 

 

사람은 누구나 어제 저녁에 덮고 잔 이불속에서

오늘 아침을 맞이하는 법이지만 어제와 오늘 사이에

밤이 있다는 사실이 희망입니다. (5월)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깁니다. (6월)

 

 

 

 

 

 

어느 목공의 귀재(鬼才)가 나무로 새를 깎아

하늘에 날렸는데 사흘이 지나도 내려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정교를 극한

솜씨가 생활에 보태는 도움에 있어서는 수레의

바퀴를 짜는 평범한 목수를 따르지 못합니다. (7월)

 

 

 

 

 

 

붓글씨로 쓸때 한 획의 실수는 그 다음 획으로 감싸고

한 자(字)의 실수는 그 다음 자 또는 다음 다음자로 보완합니다.

마찬가지로 한 행(行)의 결함은 그 다음 행의 배려로

고쳐갑니다. 이렇게 하여 얻어진 한 폭의 서예 작품은

실수와 사과와 결함과 보상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서로 의지하고 양보하며 감싸주는 다사로운 인정이

무르녹아 있습니다. (8월)

 

 

 

 

 

여름 내내 청산을 이루어 녹색을 함께 해오던

나무들도 가을이 되고 서리가 내리자 각기

구별되기 시작합니다. 단풍드는 나무, 낙엽지는

나무, 끝까지 녹색을 고집하는 나무...

바람이 눕는 풀과 곧추 선 풀을 나누듯 가을도

그가 거느린 추상(秋霜)으로 하여 나무를 나누고

심판합니다. (9월)

 

 

 

 

 

열락(悅樂)이 사람의 마음을 살찌게 하되 그 뒤에다

모름다움을 타버린 재로 남김에 비하여 슬픔은 채식처럼

사람의 생각을 맑게함으로써 그 복판에 아름다움(知)을

일으켜 놓습니다. 밤 깊을수록 광채를 더하는 별빛은

밤하늘의 지성이며 찬서리속의 황국(黃菊)도 풍설속의

한매(寒梅)도 그 아름다움은 비정한 깨달음에 있습니다. (10월)

 

 

 

 

 

 

우리는 아픔과 기쁨으로 뜨개질한 의복을 입고 저마다의

인생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환희와 비탄, 빛과 그림자

이 둘을 동시에 승인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정면에서

직시하는 용기이고 지혜입니다. (11월)

 

 

 

 

 

 

팽이가 꼿꼿이 서 있는 때를 일컬어 졸고 있다고 하며

시냇물이 담(潭)을 이루어 멈출때 문득 소리가

사라지는 것처럼 묵언(默言)은 선한 것을 위하여

자리를 비우는 내성(內省)의 고요함이며

겸손함입니다.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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