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거움을 찾아서

시계태엽 오렌지 _ 스탠리 큐브릭

by 오직~ 2020. 6. 16.

감독 : 스탠리 큐브릭 1971

배우 : 말콤 맥도웰

20200616 Netflix

 

 

 

"영화의 제목이자 앤서니 버지스의 원작 소설 시계태엽 오렌지의 제목이 갖는 의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증을 가져왔다. 시계태엽과 오렌지, 전혀 어울리는 것 같지 않은 이 두 단어가 함께 쓰인 분명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앤서니 버지스는 이 제목에 대해 여러 번 말을 바꾸었는데, 그가 가져온 혼돈 때문인지 여전히 제목의 명확한 의미는 정의 내리기 어렵다고. 시계태엽 오렌지라는 제목의 의미에 대한 가설들을 살펴보자면 첫 번째, 런던 동부 사람들이 흔히 쓰는 숙어인 시계태엽 오렌지처럼 괴상한(as queer as a clockwork orange)’에서 따온 말로, 괴상한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알렉스 일당을 비유한 것이다. 두 번째, ‘사람을 의미하는 말레이어 ‘orang’을 이용한 말장난이다. 세 번째, 즙이 많고 달콤하며 향이 좋은 유기적 독립체(오렌지)가 기계장치로 바뀌는 것에 대한 은유다. 어찌 되었건 기계적이고 삭막한 현대사회 속에서 말살되는 인간을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양심의 가책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알렉스는 쉽게 깨지고 뭉게지는 오렌지를, 그런 알렉스를 교화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루드비코 실험은 마치 감정 없이 이성적인 계산만 남아있는 상태의 시계태엽을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하고 영화를 감상한다면, 영화가 전달하려고 했던 메시지를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탠리 큐브릭은 자신의 영화에서 음악을 굉장히 중요하게 사용해왔다. 역시나 <시계태엽 오렌지>에도 시그니처 음악이 등장하며, 이 음악들은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먼저, 알렉스가 병적으로 집착하는 음악인 베토벤 교향곡 no.9’을 통해 우리는 스탠리 큐브릭의 명쾌한 비유를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베토벤 교향곡 no.9’는 오케스트라 악기들의 불협화음 즉, 카오스적인 상태로 시작한다. 그러다 오케스트라가 환희의 송가를 통해 하나로 화합되고, 다시금 카오스가 재연출 된 후 진정한 환희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다. 베토벤은 이 선율을 통해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과 그를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하는 조화와 질서를 담아내려고 했다. 이렇게 인간의 추구하는 이상을 담아낸 음악을 천하의 악당 알렉스가 좋아하는 설정을 통해 스탠리 큐브릭은 냉혹한 현실을 비판했다. 인간은 숭고한 음악을 들으면서도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렉스와 베토벤 교향곡 no.9의 관계를 통해 꼬집은 것이다.

알렉스가 비행을 저지를 때마다 흥얼거리는 음악인 ‘Singing in the Rain’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숨겨져 있다. 이 음악은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의 메인 OST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음악이다. 하지만 <시계태엽 오렌지> 속에서는 이 음악이 범죄 현장에서 흘러나옴으로써 기존 음악이 가지고 있던 경쾌하고 발랄한 이미지와는 전혀 상반되는 효과를 불러온다. 스탠리 큐브릭이 고도의 전략을 가지고 이 노래를 쓴 것 같아 보이겠지만 사실 이 음악을 흥얼거리는 것은 알렉스 역의 말콤 맥도웰의 애드리브였다고. 스탠리 큐브릭은 말콤 맥도웰에게 아무 노래나 흥얼거리며 연기를 진행해달라고 주문, 말콤 맥도웰은 그나마 가사를 외우고 있는 ‘Singing in the Rain’을 부른 것이라고 한다. 될 사람은 뭘 해도 된다는 말이 있듯, 배우의 즉흥적인 애드리브마저 영화의 시그니처로 남는 이 경우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타고난 능력인 것일까.

 

영화 속 17~19살의 알렉스를 연기한 것은 다름 아닌 27세의 말콤 맥도웰이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말콤이 출연한 를 보고 그를 캐스팅하기로 결심, 그에 대해 만약 말콤 맥도웰이 이 영화에 출연할 수 없었다면 나도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 하기도 했다고. 이에 반면에 말콤 맥도웰은 처음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을 때 스탠리 큐브릭 감독을 잘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한다. 말콤 맥도웰은 <시계태엽 오렌지> 이후 연기력을 인정받았으나, 알렉스라는 캐릭터가 남긴 잔상이 너무나도 강렬한 나머지 주로 악역으로 영화에 등장했다. 말콤 자신도 알렉스라는 인물에 대해 시계태엽 오렌지를 찍게 된 건 나에게 큰 행운이지만, 나는 알렉스의 행동들을 연기하면서 단 한순간도 즐긴 적이 없다. 그는 아주 교활하고 빌어먹을 놈이다라고 평가한 바 있어 <시계태엽 오렌지>가 얼마나 강렬한 악당을 탄생시켰는지 실감할 수 있다."

 

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7432548&memberNo=35405349&vType=VERTICAL

'즐거움을 찾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공녀_전고운  (0) 2020.07.01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0) 2020.06.28
Netflix  (0) 2020.05.26
Dear Ex _ 맥쉬, 쉬쯔얀  (0) 2020.02.12
페인 앤 글로리 _ 페드로 알모도바르  (0) 2020.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