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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는 포르노가 없다 - 강정수

by 오직~ 2015. 6. 25.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96387.html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앞으로 20~30년 동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 자동화”라며 알고리즘으로 대표되는 기계에 의한 일자리 대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경고한다. 과연 일자리 대체가 핵심 문제인지 따져볼 일이다. 구글은 “품질 평가단”이라는 대규모 노동자 집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관련 문서 유출로 평가단의 노동 실상이 드러났다. 이들은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며 이 영상이 포르노인지 아닌지 혹은 폭력성 여부를 판단한다. 24시간 7일 동안 중단 없이 운영되는 이들의 저가 노동을 통해 구글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진화한다. 점점 똑똑해진 유튜브 알고리즘은 영상의 포르노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간다. 구글이 제작한 자동주행 자동차는 마치 마술처럼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 무대 뒤편에는 구글 지도 노동자들의 적지 않은 양의 땀이 고여 있다. 자동주행 자동차는 쉼없는 지도 업데이트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품질 평가단이나 구글 지도 노동자에게는 구글의 화려한 무료 점심식사가 제공되지 않는다. 이들은 이른바 구글 캠퍼스란 멋진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없다. 사회보장과 임금협상의 기회를 박탈당한 투명인간에 불과하다.

 

아마존은 북미와 유럽의 전자상거래 시장을 석권했을 뿐 아니라 물류창고 노동을 기계로 대체했으며 드론 배달 시스템을 선보이는 등 혁신의 상징이다. 아마존은 알고리즘을 살찌우는 메커니컬 터크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세계 190개 국가에서 50만명이 넘는 노동자가 이 시스템을 통해 시간당 2달러 밥벌이를 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쏟아지는 데이터를 분류하고 불필요한 데이터를 삭제하고 정리된 데이터를 시스템에 보내는 일과가 주어진다. 빅데이터 시대는 저임금 노동의 지친 어깨 위에 올라앉아 이들의 수액을 마시며 진화한다.

 

수요에 기초해서 일자리를 중개하는 주문형 경제가 북미와 유럽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택시를 대체하는 우버는 주문형 경제의 대표 주자다. 승객과 운전 노동자를 중개하는 우버는 노동사회를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자영업자인 운전 노동자에게는 대화하고 따질 고용주가 없다. 임금협상의 대상 또는 휴가 일정을 협의할 상대방이 없다. 우버의 알고리즘은 운전 노동자에 대한 승객 평점을 관리하고 이들의 노동을 조정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10일 영업정지라는 처벌을 내린다. 친절한 서비스로 높게 쌓은 평점은 운전 노동자의 자산이 아니라 우버의 그것이다. 30%에 이르는 높은 수수료에 항의하며 다른 경쟁 플랫폼으로 옮겨가려면 쌓아 놓은 평점을 버리고 바닥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피터 라인하르트는 미래의 노동을 세가지로 분류한다.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이 위에서 사업을 하는 노동자, 알고리즘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장시키는 저임금 계약직 노동자 그리고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 기계가 그것이다. 여기서 핵심 문제는 에릭 슈밋이 이야기한 일자리 자동화가 아니라 일자리 양극화와 새로운 노동착취다.

 

대안은 무엇인가. 우버를 거부하듯 기술진화에 등을 돌리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기술진보에 맹목적으로 반대하기보다는 맹목적 기술진보에 반대해야 한다. 이미 우버, 아마존, 구글에서 투명인간으로 취급받아 온 노동자들의 저항이 시작되었다. 탐사 저널리즘은 알고리즘 사회의 명암을 조명하기 시작했고, 사회의식이 있는 주문형 경제 서비스 창업자는 임노동계약서를 제시하고 있다. 개발자 사이에는 사회윤리 논의가 시작되었고 정치권은 노동의 유연성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임노동관계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물론 한국 사회는 이러한 기술진화와 디지털 사회 준비 측면에서 여전히 갈라파고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