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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을 찾아서

산다 _ 박정범

by 오직~ 2015. 5. 21.

한오라기 장식도 없다.

민낯의 삶을 그대로 멋대가리 없이 보여준다.

 

과연 감독의 이런 방식은 뭐지?

'무산일기'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때만 해도 감동의 여운이 있었던 듯하다.

그래서 다시 감독의 영화를 찾은 것이고.

 

'오락과 여가'는 배제하더라도 도대체 이런 무미함에 동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가진 자들이 더 가지려고 발버둥치는 현실에서 더 이상 빼앗길 것도 없는 한 남자의 끈질긴 살 길 찾기"의 의도는 알겠다.

"왜 난 하나도 가질 수 없는 거냐"는 주인공의 처절한 삶이 기막힌데

흑백 사진처럼 거기 그렇게 영화가 있어 처절하기만 할 뿐.

 

내 삶의 지루함을 다시 확인하게 해준 것이라면 성공이다.

"매드맥스"류가 횡행하는 영화관에서 관객을 밀어내고 있다는 느낌밖에 안든다.

아쉬움..

 

텅 빈 영화관

세 사람이 영화보다. 개봉 첫 날.

 

 

감독 : 박정범 2014作

배우 : 박정범, 이승연, 박명훈, 신햇빛, 박희본, 이은우, 주영호

20150521씨네큐브

 

 

 

"정철(박정범)은 건설현장에서 한철 내내 일하고 받을 노임을 몽땅 떼였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누나와 그 딸까지 건사해야 하지만 살고 있는 집은 지난여름 폭우에 절반이 쓸려내려갔다. 건설 현장 동료들은 정철이 중간에서 임금을 가로챈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일거리가 없는 겨울철, 일당 8만원을 주는 된장공장에 겨우 자리를 얻는데, 예비신부인 사장 딸은 시댁으로부터 3800만원짜리 TV를 혼수로 요구받는다.

<산다>의 제목 앞에는 어떤 말이 생략된 것처럼 보인다. 포스터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새겨져 있다. 그 자리에 ‘가까스로’나 ‘괴물처럼’이라는 단어를 넣어도 무리가 없지만 더 적절한 단어는 ‘그냥’이 아닐까 싶다. 정철은 대단한 선의나 특별한 악의를 갖고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살아보려 있는 힘을 다한다. 이들에겐 못되게 사는 것보다 그냥 사는 게 더 어렵다. 하청에 재하청으로 이뤄지는 건설공사처럼 정철이 당하는 착취는 재착취로 이어진다. 악한 자본가가 문제가 아니라, 구조가 문제다. 자본의 속성은 보이지 않는 손처럼 사람들을 옥죄는데 <산다>에 이르러 그 손은 마치 눈에 보일 듯 가공할 실체로 다가온다.

인물들은 알지만 관객은 모르는 과거사가 앞날에 대한 불안을 잡아당기도록 한 플롯은, 시간과 관계 맺는 이 작품의 영화적 성취에 대해 두고두고 음미할 가치를 남긴다. 억압받는 이들의 육체적 물성(物性)을 힘세게 담아낸 화면은 이 영화를 최근 몇해 사이 한국영화가 가본 적 없는 자리로 끌어올렸다."

 

http://www.cine21.com/movie/info/movie_id/44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