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거움을 찾아서

화차 _ 변영주

by 오직~ 2012. 3. 8.

 

"변영주 감독과 배우 이선균, 김민희, 조성하에게 듣다


-장편극영화 두편을 통해 얻은 경험적 지혜 중 <화차>에 임하면서 마음에 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변영주_아다치 미쓰루의 만화 <H2>에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의 발화점을 여기까지라고 정해놓기 때문에 자기를 다 태우지 못한다”는 말이 나온다. 공감한다. 상업영화는 감독이 원하는 한 가지를 성취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술 깨려고 심야상영에 들어온 관객조차 뭔가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원치 않는 걸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바가 열이면 열을 다 해야지 그중 둘을 해내는 걸로 자족하면 안된다는 말이다.

 

-시나리오 10고를 거치며 <화차>가 겪은 가장 큰 변화는 뭔가.


변영주_20고다. 정작 가장 큰 변화는 배우를 만나고 함께 이야기하면서 만든 촬영고에서 나왔다. 문호는 이선균씨를 만나 나약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현실적이고 강단있는 남자로 변했고, 종근은 침잠한 인물에서, 콤플렉스와 욱하는 성격이 있는 현실적 40대가 됐다. 무엇보다 선영은 김민희씨로 인해 분량이 늘었다. 모 배우가 새벽 2시에 전화해 이런저런 의논을 할 때 무척 즐거웠는데….


이선균_2시라니! 밤 11시다. (웃음) 애들 재우고 시나리오 보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그때였다. 문호는 조사를 의뢰하고 빠지는 원작과 달리 종근과 같이 추적에 나서게 되므로 소심하고 나약해서는 개입할 수 없었다. 대본과 실제 연기 느낌은 또 다르다.

 

-선영은 보이는 것보다 관객이 상상해야 할 부분이 많은 인물이다. 단편적 회상, 부서진 이미지들로 어떻게 하면 인물을 강렬히 그릴지 고민도 있었을 텐데.


김민희_거꾸로 매 장면 감정이 깊고 연기적으로 보여줄 게 많은 캐릭터라 배우로서 굉장히 욕심났다. 문제의 연속성은 감독님이 연출로 쌓고 이어주셔야 할 부분이다.


변영주_선영은 장면마다 모습이 다르다. 무기력한 과거가 있고, 남의 삶을 훔치려고 우체통을 뒤지는 모습이 있다. 그걸 잇는 다리는 문호와 종근이 선영을 추적하고 상상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질 거다.


이선균_민희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감독님께 진짜냐고 되물었다. 분량 면에서 선뜻 내리기 힘든 결정이었을 거다. 그러나 영화 전체에 드리우는 임팩트는 남자 둘보다 훨씬 강할 거다. 제천 촬영에서 멍들고 산발한 분장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다 찍고도 민희가 그 모습대로 밥을 먹고 있더라. 진심으로 캐릭터를 즐기고 있음을 느꼈다.


 

-어쩌면 <화차>는 선영이 관객을 사로잡지 못하면 아무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변영주_<화차>가 실패로 가는 첫 지름길이 있다면 만드는 우리가 그녀를 먼저 안쓰러워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니라 관객이 ‘쟤도 참 안됐구나’ 생각하고 동시에 ‘그래도 그렇지’ 하면서 그녀로 인한 희생자도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화차>는 90년대 초 일본 거품경제기가 배경이지만 현재 우리의 상황으로 읽어도 특별한 이질감이 없다. 동시대 한국사회와 어떤 접점이 있다고 보나.


조성하_내가 실제로 부채 때문에 벼랑에 몰린 경험이 있고, 요즘 학자금융자로 공부한 요즘 젊은이들이 채무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모습을 흔히 본다. 어떻게든 이 사회에 자기 자리를 찾아 발붙이고 살아가려는 우리 모두의 중압감이 깔려 있는 이야기다.


김민희_살아가면서 힘든 궁지에 내몰렸을 때 잘못된 선택을 하는 모습도 현실과 비슷하다.


이선균_솔직히 처음에는 IMF 때 이야기가 아닌가, 조금 늦지 않았나 했다. 그러나 인생을 통째로 바꾸고 싶은 인간의 영원한 욕구이기도 하니까. 한편 주위를 둘러보면 외환위기 때에 비해 사정이 나아진 듯해도 안쪽을 들여다보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인상도 받는다.


변영주_“아무개처럼 살고 싶어”라는, 타인의 삶을 갖고 싶다는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지에 집중했다. 한 사람이 사라졌을 때 아무도 찾지 않는 세태의 무서움도. <화차>의 공포는 거기에 있다."

= 씨네21 김혜리

 

 

 

 

 

영화를 볼때는 긴장하고 몰입하면서 보다.

군더더기없는 스토리의 진행과 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

 

그러나 '여자'에 대한 연민이나 '남자'에 대한 동정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지 않는다.

영화의 여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정신없이 미스테리를 추적하고 밝혀내야 한다는 영화의 속도에 쫓기다 헤어나온 느낌..

 

 

 

감독 : 변영주 2012作

배우 : 이선균, 김민희, 조성하

20120308서울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