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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다스리기

by 오직~ 2011. 3. 1.

"나는 정말 한심한 놈이야.” 숲으로 향하는 아파트 샛길에서 갑자기 굴욕적인 기억이 떠올랐고 이어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었는데. 나는 한참 동안 나 자신에 대해 화를 내고 괴롭혔다. 그러다 화살을 밖으로 돌렸고 누군가에게 당장 전화를 걸어 그때 멍청했기 때문에 당했던 만큼 복수의 독설을 퍼부으려고 몇 번씩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 인적이 드문 숲길을 걷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도심에서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전화를 들었다 놨다 했다가는 미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았을 것이다. 곧 조금 전 바보스런 행동 때문에 다시 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왜 느닷없이 지나간 일을 떠올리고 자신을 괴롭힌 것일까? 왜 우리는 남들과는 잘 지내려고 애를 쓰면서 정작 자기 자신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걸까?

 

숲의 기운을 느끼면서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히면 가만히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 생각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바다에서 수증기처럼 끊임없이 떠올라 구름처럼 머리 주변을 떠돈다. 실험 삼아, 떠오른 온갖 생각 중에서 화가 나는 생각 알갱이 하나를 붙들고 집착을 해보면 마음은 순식간에 분노의 폭풍을 일으킨다. 그것을 그대로 놔두면 마음의 폭풍은 온몸에 열을 가해 몸을 압력밥솥으로 만들고 욕설을 입 밖으로 분출시킨다. 만일 그때 누군가 가까이 있다면 어떤 말이 나올까? 내면의 자기 자신과 사이가 좋으면 바깥의 관계가 좋아지지만, 내면과 사이가 나쁘면 바깥의 관계는 험악해진다. 이번에는 화를 유발하는 생각 말고 즐거운 생각 알갱이를 붙들었다. 그러자 마음은 치사하게 금방 헤헤 웃으며 좋아하기 시작한다. 마음이 얄미운 것은 분노의 폭풍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까맣게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행이다. 내가 겪기에 자기 자신과 가까워지는 방법 중 한 가지는 내면의 중심에 들어앉아 있는 마음에게 계속해서 현자들의 좋은 말씀을 들려주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선과 악을 가려낼 수 없다.’(데이비드 호킨스)

 

그러자 마음은 약간 반발하다 곧 고개를 숙였고 지나간 기억의 잘잘못을 따지던 자기만의 논리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언제 또 폭풍을 일으킬지 모르지만.

 

 

20110224한겨레 탁정언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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