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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MD-북한 핵 ‘한통속’인 이유 / 한승동

by 오직~ 2010. 3. 20.

 

한국이 미국, 일본이 추진해온 미사일방어(MD)에 가담하면 한국과 일본은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합동작전을 세우고 군사훈련도 함께 해야 한다. 공식 동맹관계가 아니지만, 미사일방어를 주도해온 미국을 매개로 한국은 일본과 사실상의 군사동맹관계를 맺게 된다.

 

한-일 군사동맹이라. 일제 식민지배로 결국 나라가 갈리고 전쟁까지 치른 뒤 아직도 동족끼리 총칼을 겨누며 끝없는 소모전을 펼치고 있는 판국에 그 비극의 원인 제공자와 분단 피해자 한쪽이 군사동맹관계를 맺고 또 한쪽 피해 동족을 주적으로 삼아 옛 식민 종주국 편을 들어준다?

 

동맹관계란 당연히 동맹 바깥의 적대국 또는 적대진영을 상정한다. 그렇지 않은 동맹이란 존재할 이유가 없다. 한-미-일 또는 한-일 동맹은 한-미 동맹처럼 북한, 그리고 더 넓게는 중국, 러시아 또는 상하이협력기구 같은 현실 또는 잠재 적대세력을 겨냥한다. 그런데 동맹이란 때론 상대를 자극해 없던 적을 만들어내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창출하고 그래서 더욱 더 상대를 자극하고 그것은 또다시 자신의 존립근거를 확대재생산해가는 악마의 고리 구실도 한다.

 

미국이 끊임없이 한국에 미사일방어 참여를 종용하고 있는 모양이다. 마이클 시퍼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부차관보가 얼마 전 지역미사일방어를 얘기하고 한국 상황에 맞는 맞춤형 미사일방어(엠디) 얘기를 꺼낸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거세지고 있는 엠디 가담 압박공작의 연장일 것이다. 지난해 말의 한-미 ‘2+2’ 국장급회의에서도 그랬단다. 부시 정권이든 오바마 정권이든 국가이익과 자신의 입지 확장에 집착하는 대국의 모리꾼들은 상존하며 그들에 호응하는 약소국 내 이익집단도 언제나 존재한다.

 

엠디는 우선 기술적 성공 가능성부터 회의적이지만 그 천문학적 비용 대비 효과도 지극히 의심스러운 밑지는 장사다.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러시아의 경계와 반발을 불러 끝없는 군비확산을 부추기고(그래야 이익을 얻고 자리를 보전하는 자들이 있겠지), 한국을 영원한 분단국, 영원한 ‘똘마니’ 국가로 전락시킬지 모른다. 한-미-일 동맹체제에서 분단 한국은 언제나 저들의 눈치나 보고 부스러기나 챙기는 하위종속변수일 수밖에 없으며, 하루아침에 밥이 될 수도 있다. 가쓰라-태프트를 상기하라. 세계 3위 무기수입국 한국의 엠디 가담은 분단과 동족대결체제를 영속화하고 그걸 전제로 짠 대국들 헤게모니 싸움에 하수인 노릇 하며 저 잘난 줄로 착각하는 루쉰의 <아큐정전>식 마스터베이션과 다를 바 없다. 한반도 분단은 저들의 헤게모니 싸움을 정당화하기 위해 날조되고 연장되는 마법의 매트릭스다. 북한을 악마화하고 이용해먹는 대국들도 가증스럽지만 거기에 핵개발 맞불전략을 펼치며 함께 놀아나는 북한 지배층의 무능과 우행도 역겹다. 그렇게 해서 조선노동당 간부들의 특권은 유지될 수 있을진 모르나 죽어나는 것은 남북의 ‘인민’들이다. 체제유지가 인민을 기아로 내모는 억압적 봉건세습왕조 유지로 변질돼버린 북한 지배층의 퇴행적 행보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엠디 가담을 꿈꾸는 남과 민족을 팔아 특권유지에 골몰하는 북의 세력. 동전의 양면이 아닐까.

 

20100320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