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한다는 것, 학문을 한다는 것, 인생을 산다는 것은
불현듯 다가오는 그 짧은 격정의 순간을 위한 기다림이기도 하다.
- 使一物不失其所 群情各得其宜 (得宜)
한 물건이라도 있어야 할 곳을 잃지 않게 하고
모든 것이 제각기 마땅함을 얻도록 해야 한다.
(이자현)
- 覺人生苦樂 無足爲意 (無等)
인생의 고락이란 마음에 둘 것이 못됨을 깨닫게 되니
(정약용)
- 惟以 齊心澄慮 四字爲箆(=비)
다만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생각을 맑게 한다'는 '제심징려' 네글자를 처방으로 삼으시지요.
(조희룡)
- 豈非從善如登 從惡如崩者乎 (登山)
선을 좇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고, 악을 따름은 무너져내림과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조식)
- '莫恨入山迷失路 好看無數未看山' (失路)
산에 들어 길 잃음을 유감으로 알지 말라, 여태껏 못 본 산을 수도 없이 볼 터이니
(조희룡)
- 相馬失之瘦 相士失之貧 (外樣)
말을 살핌은 비쩍 마른 데서 놓치게 되고 선비를 알아봄은 가난에서 실수가 생긴다.
(김득신)
- 翁種枾 基實多者細 實稀者大 旣而同繁翳(=그늘 예)而將去一 惡其細則惜其多 惡其稀則惜其大
翁曰 : 雖有其短取長而已矣 (取長)
감나무를 심었다. 열매가 많은 것은 알이 작았고, 열매가 드문 것은 알이 굵었다.
나중에는 같이 잘 자라 그늘이 지기에 하나를 베어버리려 하니,
알이 작은 것은 싫지만 많은 것이 아깝고, 열매가 드문 것은 미워도 그 알이 굵은 것은 아까웠다.
내가 말했다. "둘 다 그대로 두어라. 비록 단점이 있더라도 장점을 취할 뿐이다."
(이익)
- 吾平生見利思恥 事不辭難 行不苟容 欲寡其過 而未能也 人心如鑑照物 能見於幾微
趨舍必決者明也 勇生於明 明則不惑 不惑則不動 (平生)
나는 평생 이익을 보면 부끄럽지 않을까 생각했고, 일은 어렵다고 사양하지 않았다.
행동은 구차하게 용납되려 하지 않았다. 허물을 적게 하려고는 했지만 잘되지는 않았다.
사람의 마음은 거울이 물건을 비추는 것과 같아 능히 사소한 기미도 볼 수가 있다.
취하고 버림을 반드시 결단하는 것은 밝은 것이다.
용기는 밝음에서 나온다. 밝으면 미혹되지 않는다. 미혹되지 않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허목)
- 使夫子雖不幸托棟樑舟檝(=노 집,즙)之用 亦自在深山大壑而已
昻宵偃仆 一任風露之生成 (自在)
설령 그대가 비록 불행하게도 동량의 재목이나 배의 노로 쓰임을 얻지 못한다 해도, 또한 스스로 깊은 산 큰 골짝에서 지낼 뿐이다.
하늘을 우러르거나 넘어지고 엎어짐을 한결같이 바람과 이슬이 생성하는 바에 내맡길 것이니..
(신대우)
- 輕當矯之以重 急當矯之以緩 偏當矯之以寬 躁當矯之以靜 暴當矯之以和 麤當矯之以細 (自警)
경박함은 중후함으로 바로잡고, 급한 성격은 느긋함으로 고치며
치우침은 너그러움으로바루고, 조급함은 고요함으로 다스린다.
사나움은 온화함으로 다잡고, 거친 것은 섬세함으로 고쳐나간다.
(상진)
- 余勸山石治文史 山石逡巡有媿色而辭曰 : 我有病三 一曰鈍 二曰滯 三曰戛
余曰 : 學者有大病三 汝無是也 一敏於記誦 其弊也忽 二銳於述作 其弊也浮 三捷於悟解 其弊也荒
夫鈍而鑿之者 其孔也闊 滯而疎之者 其流也沛 戛而磨之者 其光也澤 (病痛)
(황상)
내가 황상에게 문사 공부할 것을 권했다. 황상은 머뭇머뭇하더니 부끄러운 빛으로 사양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게 세 가지 병통이 있습니다. 첫째는 둔한 것이요, 둘째는 막힌 것이며, 셋째는 답답한 것입니다.'
내가 말했다.
'배우는 사람에게 큰 병통이 세 가지 있는데, 네게는 그것이 없구나.
첫째 외우는 데 민첩하면 그 폐단이 소홀한 데 있다.
둘째로 글짓기에 날래면 그 폐단은 들뜨는 데 있지.
셋째 깨달음이 재빠르면 그 폐단은 거친 데 있다.
대저 둔한데도 천착하는 사람은 그 구멍이 넓어지고, 막혔다가 뚫리게 되면 그 흐름이 성대해지며,
답답한데도 연마하는 사람은 그 빛이 반짝이게 된다.
- 麋鹿之群 蓬蓽之廬 窓明人靜 忍饑看書 (忍饑)
(송시열) : 송시열이 자신의 초상화에 얹은 글
고라니와 사슴의 무리
쑥대로 이은 집
창 밝고 사람은 고요한데
배고픔을 참고서 책을 보노라
- 書固與天地俱生 其將與天地俱滅 烏可得以焚而滅也 (焚書)
(홍길주)
책이란 진실로 천지와 더불어 함께 나서 장차 천지와 더불어 함께 없어지는 것이니, 어찌 불태워 없앨 수 있단 말인가.
- 然則是書之酣暢而迷人者 何渠不若一石而五斗也耶 (心醉)
(이옥)
그렇다면 이 책이 사람을 달콤하게 취하게 하며 몽롱하게 만드는 것이 어찌 한 섬이나 다섯 말 술만 못하겠는가
- 播糠眯目 天地易位 一指蔽目 太山不見 糠非能使天地易位 指非能使太山不見者
而目受其蔽焉 則天地之大也 猶爲其所晦 太山之高也 猶爲其所掩
何以故 天地太山在遠 糠與指在近也 (去蔽)
겨를 키질하다가 눈에 티가 들어가면 하늘과 땅이 뒤죽박죽이 된다. 손가락 하나로 눈을 가리면 태산도 보이지 않는다.
겨는 천지의 위치를 바꿔놓을 수 없고, 손가락은 태산을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눈이 그 가림을 받게 되면 천지처럼 큰 것도 오히려 어두운 바가 되고, 태산같이 높은 것도 오히려 가리는 바가 된다.
어째서 그런가? 천지나 태산은 먼 곳에 있고, 겨나 손가락은 가까운 데 있기 때문이다.
(신흠)
- 止于止 內明無咎
그칠 곳에 그치니 속이 밝아 허물이 없다.
(周易)
- 言不掩其行 行不踐其言 徒囂囂然設讀聖賢 無一補其愆 書諸石以戒後之人 (自銘)
말은 행동을 가리지 못했고, 행동은 말을 실천하지 못했다.
한갓 시끄럽게 성현의 말씀을 즐겨 읽었지만, 허물을 고친 것은 하나도 없다.
돌에다 써서 뒷사람을 경계한다.
(허목)
- 喜時之言 多失信 怒時之言 多失體 (喜怒)
기쁠 때의 말은 신의를 잃기 쉽고 성났을 때의 말은 체모를 잃기 쉽다.
(유계)
- 近見學者 手不知洒掃之節 而口談天理 (忠告)
근래 배우는 자들을 보면, 손으로는 소제하는 범절도 모르면서 입으로는 하늘의 이치를 말하곤 합니다.
(조식)
- 無恥者 人之大患... 人喜於詐而爲巧 我則知恥而守其眞者 亦拙也 (守拙)
부끄러움이 없는 것은 사람의 크나큰 근심이다.
남들은 속임수를 즐겨 교묘한 짓을 하지만, 나는 부끄러움을 알아 그 참됨을 지키는 것 또한 '졸'이다.
(권근)
- 謹則寡悔 廉則威兮 事遇至險 視若夷兮 操之有要 終允臧也 陽德必昭 采宜詳也 (威嚴)
삼가면 뉘우침이 적고, 청렴하면 위엄이 선다.
지극히 험한 일이 닥쳐도 아무 일 없는 듯이 여기라.
몸가짐에 줏대가 있으면 마침내 바르게 되리. 양덕은 반드시 드러나게 마련, 맡은 일 찬찬히 살피시게나
(권상하)
- 精神易耗 歲月易邁 天地間最可惜 惟此二者而已 (可惜)
정신은 쉬 소모되고, 세월은 금세 지나가버린다. 천지간에 가장 애석한 일은 오직 이 두가지뿐이다.
(이덕무)
- 達士無所怪 俗人多所疑...
所見少者 以鷺嗤烏 以鳧危鶴 物自無怪 己迺生嗔 一事不同 都誣萬物 (達士)
통달한 사람은 괴이한 바가 없지만 속인은 의심스러운 것이 많다.
본 바가 적은 자는 백로를 가지고 까마귀를 비웃고, 오리를 가지고 학을 위태롭게 여긴다.
사물은 절로 괴이할 것이 없건만 자기가 공연히 화를 내고, 한 가지만 같지 않아도 만물을 온통 의심한다.
(박지원)
- 與其視人寧自視 與其聽人寧自聽 (視聽)
남을 살피느니 차라리 스스로를 살피고, 남에 대해 듣기보다 오히려 스스로에 대해 들으라.
(위백규)
- 人之才器 有能有不能...
此言各抱其才 而不可相用也 (才器)
사람의 재주와 능력은 능하고 능하지 못함이 있다...
제가끔 자신의 재주를 지녀 서로 섞어 쓸 수 없음을 말한다.
(성현)
- 天下之大惡大禍 皆從不能堪耐澹泊中出來 中庸曰 : 素貧賤 安於貧賤 素患難 安於患難 (安分)
천하의 큰 죄악과 큰 재앙은 모두 능히 담박함을 견뎌내지 못하는 가운데서 나오게 마련이다.
중용에는 "빈천에 처하면 빈천을 편안히 여기고, 환난을 마주하면 환난을 편안히 여기라"고 했다.
(이덕무)
- 古人書中文字非不多 而無意則不得爲我用 (用意)
옛사람의 책 속에 문자가 수도 없지만 뜻이 없으면 내가 가져다 쓰지 못한다.
(임상덕)
☆ 죽비소리
- 정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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