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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

눈 오는 밤 / 김성동

by 오직~ 2007. 12. 17.

 

 

천지를 삼킬 듯 눈은 내리고 개울물은 꽝꽝 얼어붙었다.

배는 고프고 목은 타는데 눈보라는 또 휘몰아친다.

나는 왜 또 이 산 속으로 왔나 물통은 또 어디 있나

도끼로 짱짱 얼음장 깨면 퍼들껑 멧새 한 마리

천지를 삼킬 듯 눈은 내리는데 나한테는 般若가 없다

없는 般若가 올 리 없으니 煩惱를 나눌 동무도 없다

산 속으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라고 平安道 詩人은 말

했지만 내겐 버릴 세상도 없다.

한번도 정식으로 살아보지 못한 세상이 그립다 사람들이 보고 싶다

배고픈 것보다 무서운 건 외로움이고 외로움보다 더 무서운 건 그리움이다

눈이 내린다

念佛처럼 서러워서 나는 또 하늘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