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굴
12/22
차가운 날씨에 눈보라가 날린다.
해 뜨는 시각 7:40쯤 나서서 선운사를 향하다.
자청한 ‘혼자’이건만
시도 때도 장소도 홀로일 수 밖에 없겠다!
우람한 나목, 흐린 하늘, 바람, 눈, 그리고 바람...
동지를 맞은 대웅전의 소란한 틈 속에서
꿋꿋이 백팔배하다.
늘씬한 부처님(비로자나, 아미타 약사불)과 눈도장
천왕문, 대웅보전의 현판글씨가 좋다!
눈보라 흩날리는 경내를 둘러보고
도솔암行
어제의 긴 장정을 되새기며 휘적휘적 오르다.
천지간에 또 나 혼자
이 적적함, 이 길들을 그리워하겠지.
여럿속에 뒤섞여 살다가
추위가 덕지덕지 서린 외로움을 그리워하겠지..
도솔암, 거대한 마애불..
대웅전의 부처님은 보지도 못하다.
꼭 닫힌 문 안에서 스님의 염불소리는 낭랑하건만...
도솔산의 짤막한 등산
나름의 정상에서 바라본 도솔암은
오! 기가 막힐 뿐이다.
바위산으로 둘러싸인 바로 거기, 그 자리!
천마봉 바위에 앉아
찬바람에 실컷 실려서 떨며 도솔암과 마애불을 내려다보다
맞춤한 거리다, 선운사와 도솔암까지
날리다 만 흰 눈이 희끗희끗, 살얼음이 살짝 언 길을
여유롭게 만끽하며 내려오다.
혼자 오르는 수녀 한 분 스치우고
살짝 바람 그친 벤취에 추위와 마주 앉아 캔맥주로 요기하다.
2011년이여 안녕,
냉기속을 걸어 추위를 온 몸으로 체험해야 겨울을 맞은 것 같고
한해를 늘 그렇게 해서 보냈으니
올해도 고마울 뿐
겨울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