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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양’을 처벌할 ‘강철중’이 있을까요?

by 오직~ 2010. 11. 26.

‘부당거래’가 공정사회에게

 

뭔가 말려드는 기분?

초대손님은 자주 엄살을 부렸다. “아니, 내가 왜 이런 이야기까지 하지?” “그 장면은 별 의도가 없었다니깐요.” 방어를 해보지만, 1 대 2의 불리한 형세. 뭔가 늪 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

영화감독 시리즈 두번째다. 오늘은 <부당거래>의 류승완(37) 감독을 모셨다. ‘정의’라는 올해의 키워드를 정면으로 관통하는 문제작. 연쇄살인사건에 개입한 검사-경찰-스폰서가 벌이는 각축전을 통해 한국 사회 권력의 지도를 불편하게 보여주는 영화.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엠비와 검사들이 대대적으로 입소문을 내 주고만 영화. 한국 액션영화의 지존이자 스타일리스트로 꼽히는 류 감독은 ‘사회파 감독’으로서의 명성도 얻었다.

결과적으로 말려든 셈일까. 영화 이야기는, 친일파와 국사교과서 문제로까지 튀었다. 그는 망가진 걸까, 거듭난 걸까.

진행·정리 고경태 기자

 

 


 



서해성(이하 서) 애초 기대만큼 관객이 들었는지요.

류승완(이하 류) 250만 가까운데 예상보다는 괜찮은 편이죠. 어둡고 남성 중심의 영화라 개봉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들 했거든요.

 

한홍구(이하 한) 엠비가 공정사회 얘기해, 스폰서 검사 사건 터져, 엄청난 홍보효과에 비하면 적게 든 거 아닌가요?(웃음)

이 만원사례에 감사패를 준다면?

나를 자꾸 ‘좌경’으로 몰지 마세요.(웃음)

먼저 ‘공정사회’란 말에, 두번째는 검찰에 감사패를. 그랜저, 스폰서 검사분들께.(웃음)

 

 

왜 폭력은 내 영화의 중요한 매개인가

 

» 류승완 감독은 “<부당거래>를 만들며 좋은 놈, 나쁜 놈 생각을 안 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인물에 대한 가치판단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스폰서 검사’ 사건 터지기 전에 영화 시작한 거예요. 기시감을 일으킬 만한 일은 각하께서 직접 출동하신 ‘일산 아동 성추행 사건’ 하나였어요. 프로듀싱 시작될 때 문제의 <피디수첩>이 방영된 거죠.

 

간첩 수사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이 이야기하시네. 수사는 이미 진행하고 있었는데 마침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왔다고.

 

올해 가장 잘 팔린 책이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인데, 이게 다 부당거래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올해의 코드, 그만큼 부당거래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회정서적 공감대가 두텁죠.

 

‘관객과의 대화’에 가면 영화 끝 맛이 씁쓸하다는 말들 많이 하세요. 현실을 보는 듯하다는 거죠. 씁쓸함마저 못 느낀다면 그 맛에 완전히 익숙해진 거죠.(웃음)

 

<부당거래> 영어제목을 뭐라 붙였나요.

언저스트(unjust), 또는 배드 딜(bad deal).

 

나쁜 거래! 거래 관련용어로 에프티에이(FTA)에선 ‘트레이드’를 쓰고, 전통 전문용어로는 쇼부·쇼당·야로 등이 있고, 부당거래는 ‘야메총국’쯤 되죠.

지적인 감독으로 거듭나는 중인데 자꾸 쌈마이로.(웃음)

 

<레미제라블>에 장발장 잡는 순사가 나오잖아요. 오로지 법을 지키겠다는 임무에 충실한 사람인데 우린 그를 악당으로 생각한단 말이죠. 법이란 참 희한해요. 어떤 이유론가 그 법의 정당성만 살아 있을 때 정작 사회가 ‘부당’해진다는 거거든요. 영화 속 검사를 보면서 그 권력이 자기 이익과 조금이라도 연관됐을 때 보통사람이 얼마나 불이익을 받게 되는지 실감할 수 있었어요. 그런 생각을 해온 내력이 있다면.

약자로 산 시간이 좀 길었다고 할까.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급격하게 무너졌거든요. 정부미로 생활하고, 20대 초반까지 내 돈으로 옷 사 입은 적 없고, 지갑에 2천원 이상 넣고 다닌 적 없었죠. 사회가 문제 있다는 의식 같은 건 없었어요. 공부 못해서 대학 떨어졌으니 이렇게 사는 게 당연한 거라 여겼죠. 차츰 가난하게 살고 재능이 없는 게 죄가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스트레스들이 쌓이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측면이 있어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짝패> 등 그동안 만들어온 영화엔 늘 폭력이 흐르잖아요. 우리 사회 폭력성과 밀접한 연관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왜 폭력이 모든 영화에서 중요한 매개로 등장하는지.

대여섯살 때 처음 본 게 홍콩 액션영화였어요. 천안 아카데미극장.(웃음) 일본인들과 싸우는 권법가가 배신한 악당의 눈알을 후벼 파 마룻바닥에 내던지던 장면을 잊을 수 없어요. 무술가가 되려고 했다가 액션스타로 바뀌더니 영화감독으로 돌아섰죠. 고등학교 때 영화잡지에서 본 존 포드 사진 한 장 때문이었어요. 존 웨인한테 연기를 지도하는 감독이 훨씬 멋있는 거예요.(웃음) 마틴 스코세이지 영화나 <영웅본색>도 절 흥분시켰죠. 활극에 대한 이미지들이 유년과 청소년기를 사로잡았어요.

 

지금 말한 게 모두 폭력영화인데.

피맛 보는 영화를 보다 눈을 떠보니, 이게 우리 독서실 형님들하고 비슷한 거예요.(웃음) 한겨울에도 아디다스 짝퉁 삼색 슬리퍼 끌고 다니는. 내가 고교 2부를 나왔어요. 하도 학생들이 잘려서 3학년 때는 한 반이 통째로 없어져요. 만날 버스 안에서 싸움 나고. 체육대 가려고 운동하다 보니 폭력이 일상화된 삶을 살아왔죠.

 

한국 영화의 폭력성이 불편하다는 사람들 많이 보죠. 직접적인 체험도 말씀해 보세요. 태어나서 언제 제일 많이 맞아봤나요?

체대 가려면 운동을 잘해야 하는데 선생님, 선배들이 하도 패서 교복이 허벅지에 붙어요. 아프니까 의자 끄트머리에 엉덩이 걸친 채 손바닥에 박힌 옹이를 빼려고 뻬빠(사포)로 문대고, 옹이 때문에 턱걸이하면 손이 더 아프거든요. 졸업하고 당구장 알바 하면서는 신사동 소매치기 삼촌들하고도 알고 지내고…어려서부터 그런 세계를 좀 봤죠.

 

 

열심히 산다는 게 악이 될 수도 있다

 

생김새로는 체육계들과는 가깝지 않았을 것 같은데, 동생(류승범)은 몰라도.(웃음)

실제로는 부딪치는 걸 싫어해요. 우리 영화에서 폭력이 강하게 와 닿기 시작한 게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관계가 있다고 봐요. 표현의 자유가 본격적으로 왔잖아요. 한국 폭력영화 수위가 세다고 하지만 미국보단 못하죠. 미국 영화는 윤리적 고민이 없죠. 한국 영화 보면서 불편한 건 윤리적 고민을 동반하기 때문이에요. <쉬리>에서 북한 사람을 인간으로 그려내는데 람보가 베트콩 쓸어버리는 거랑 다르죠. <복수는 나의 것>을 보면 서로 폭력을 저지르는데 조금씩 다 이해가 가죠.

 

<부당거래>의 세상은 한마디로 ‘권악징선’의 사회잖아요.(웃음) 연쇄살인과 연쇄부당거래가 등장하는데, 둘 중에 어느 게 더 무섭다고 생각하는지 잘라 말한다면.

진짜 힘든 질문인데…아, 부당거래가 좀더 무서운 거 같아요.(웃음)

 

영화 초반에 대통령이 ‘반드시 범인 잡아야 한다’고 하잖아요. 엠비도 그랬고, 노태우도 그랬는데, 그걸 압권으로 써먹은 사람은 전두환이에요. 이윤상 학생이 유괴됐을 때(1980년 11월) 담화문을 거듭 발표했어요. 범죄가 일어나면 권력은 약자를 감싸는 인자한 아버지이자 강한 아버지 인상을 주면서 치안권력을 강화해 대중통제를 수월하게 해나가죠. 범죄 자체가 배우 노릇을 하는 거죠. 권력과 범죄 관계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텐데.

두세 사람 이상 있는 조직이면 벌써 윗선 눈치를 보잖아요. 정작 명령을 내리는 쪽은 신경도 안 쓰는 일인데 알아서 기는. 그런 대목이 강한 코미디 요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법이 무서운 걸까요, 법을 운용하는 사람들이 더 무서운 걸까요. 대한민국의 공포시대는 권력 쥔 자들이 악법도 지키지 않은 시대였어요. 대한민국 어떤 악법도 고문하라 한 적 없고, 부당거래 하라고 한 적 없죠. 법 운용하는 놈들이 썩은 거죠.

 

예고편에, 연출하는 경찰, 각본 쓰는 검사, 연기하는 스폰서, 그리고 ‘너 오늘부터 범인 해라’라고 나오던데. 검사는 기득권·스폰서와 짜고 붙고, 경찰은 출세해야 하고, 보통 백성만 범인이 돼야 하는. 그 세개 층위의 구조적 모순이 법률(범죄)을 중심으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디선가 ‘열심히 산다는 게 때로는 타인에게 악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더군요.

정직하게만 살면 된다, 뭐 이런 게 보장돼야 하는데 아니잖아요? 열심히 살면서 그렇게 꺾고 꺾어서 마지막에 무엇이 있는지 되게 궁금했어요. 우리나라 먹이사슬 구조가 피라미드가 아니라 거대한 원인 것 같아요, 물고 물리는. 다들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자전거 타기가 돼버리지 않나 싶어요. 페달을 멈추면 자빠지는 거죠.

 

 

이게 다 친일파 탓…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 게 죄가 되는 아버지들. 얼마 전 노동자가 분신한 회사에서 노무관리를 하는 아버지를 둔 제자가 상담을 청해왔어요. 노동자들이 너무하다는 거죠. 아버지가 그렇게 사정했는데.(웃음) 사회정의로는 아버지가 잘못인데 딸이 볼 때는 아빠가 너무 애쓰는 거죠.

 

영화 <짝패>에서 부동산 개발 때문에 싸움이 나거든요. 개발을 시작한 회장이란 사람은 얼굴도 안 나와요. 정말 싸워야 할 사람하고는 못 부딪치죠.

 

부딪치면 백전백패죠. 그쪽에선 ‘니들은 그렇게 살아라’(웃음)하고 우아하게 하죠. 폭력을 직접 쓸 일이 없잖아.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나만 나쁜 놈 됐어’야. 영화에서 캐릭터가 살아 있었던 건 공 수사관(정만식)하고 죽은 경찰 마대호(마동석)가 아니었나 해요.

그 두 사람은 이 일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영문도 모른 채 두드려 맞고 칼 맞죠.

 

눈을 씻고 찾아봐도 캐릭터들 중 좋은 사람이 없더라고요.

이 영화 만들 때 좋은 놈, 나쁜 놈 생각을 안 했어요. 형사는 형사대로, 검사는 누구에겐가 굉장히 사랑스러운 사람일 거잖아요. 영화 속 인물에 대한 가치판단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악인을 리얼하게 그리는 게 어렵잖아요. <선덕여왕>의 미실은 악인의 정당성과 존엄성이 살아 있었어요. 류승범씨가 검사 역을 잘 연기했지만 현실세계에 대입해본다면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는 그저 가르치려 드는 식의 영화를 싫어해요. 그럴 거면 굳이 영화 만들 거 있나요. 강의나 글을 쓰는 게 낫지. 검사 캐릭터 말을 했는데, 빤한 현실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피디수첩>이나 아고라 토론방이 낫죠. 영화 한 편이 밥 한 끼보다 비싸잖아요. 영화에는 문화적 충격, 유머, 액션 장면의 통쾌함도 있어야 해요. 오락적 요소가 수반돼야죠. <부당거래>는 윤리학을 떠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과장이 필요했다고 생각했죠.

 

검사의 장인이 나오죠? 재벌인가?

장인 직업을 뉘앙스상 대형로펌 수장으로 설정했어요.

 

김앤장까지 건드렸네.(웃음) 조선일보사 빌딩도 수차례 나오던데.

신문사 간판은 스모그 낀 모습이 멋있어서 우연히 찍었어요. 김앤장은 생각 못했는데, 이러면 곤란하죠.(웃음) 검사 캐릭터엔 감독이라는 내 모습을 많이 투영했어요. 단지 검사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명령을 내리며 살아가는 사람.

 

정치인·공무원이 받으면 ‘뇌물’, 검경이 받으면 ‘관행’ ‘떡값’, 전직이 받으면 ‘전관예우’ 같은 부당거래의 일상화…왜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는지.

나는 그게 친일청산이 안 돼서 그렇다고 봅니다.(폭소) 어른들 말 들어보면 와이로(뇌물)가 일정 때부터 있었다고 하잖아요. 자존심을 세워주는 대신 어려서부터 공포심만 심어주는 것도 식민통치시절부터 내려온 뿌리깊은 전통 같아요.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한 것도 용납 못하겠어요. 자기가 어떻게 형성된 나라에 사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고, 가난해도 잘 사는 방법을 알려줘야 하잖아요. 아니, 인터뷰가 이렇게 흘러갈 줄이야.(폭소) 미술시간에 우리가 사는 동네 건축물들 보게 하고, 동대문시장에서 옷 고르고 입는 법도 알려주고, 시네마테크(예술영화 전용관) 지원해서 중고생들이 좋은 영화 무료로 보게 하고 그런 걸로 점수 주고…건축, 의상, 음식도 초등 때부터 필수과목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 때문에 제 아이들 세명 다 ‘꽃피는 학교’라는 대안학교에 보내고 있어요.

 

주양 같은 검사는 징계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징계를 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주양은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고 있어요. 풀려났다고 결말을 안 지었는데 관객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참 재밌어요. <공공의 적> 속편 강철중 검사 같은 사람에게 걸리면 징계를 받겠죠.(웃음) 지금 관객들은 강철중이 안 나온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적어도 일단 관련 업무를 못하게 하는 게 맞겠죠.

 

검사들 보면 나라사랑 정신이 아주 투철하거든요. 그분들의 각별한 나라사랑이 나라의 큰 걱정거리죠.(웃음) 시민들은 권력에 두려움을 갖고 있잖아요.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은 능멸하는 거라고요. 수백만, 수천만 대중들한테 아이스케키를 해서 보여줘야 해요. 우리가 만날 여기서 떠드는 것도 부당거래하는 권력에 대해 능멸을 하는 거죠. 시민들이여 두려워하지 말자!

 

 

조선일보? 김앤장? 이응노? 어청수?

 

검사와 장인이 만나는 전시회장 그림이 이응노 선생의 ‘문자추상’이던데.

이응노미술관이 협조해줬어요. 덕분에 싸게 찍었죠.(웃음)

 

조선일보도 우연, 스폰서 검사도 우연, 동백림 사건에 연루된 화가 이응노도 우연이라….

솔직히 촬영하면서 알았어요.(웃음) 스태프 중 한 명이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이라며 소개했어요. ‘난 선택과목이 체육이다. 몰라서 미안하다’고 했죠.(웃음)

 

다 우연이었다고 쳐요. 근데 경찰청장 이름이 왜 엄충수냐고.(웃음)

맹세할 수 있는데, 대본에 그렇게 돼 있었어요.(웃음) 작가가 패러디한 모양이죠.

 

영화 속 경찰청장이 어 청장과 닮았는데 류승완 류승범 형제보다 더.

씨네2000 이춘연 대표인데 아버지 같은 분이죠. 실제 어청수 전 청장을 잘 알더라구요. 예산이 빡빡해서 개런티 아끼느라 이준익, 황병국 감독 같은 분도 출연했고.

 

하이에나 권력에 대한 영상 보고서이자 공정사회의 위선을 찢는 영화였기에 지금같이 반응이 뜨겁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엠비님이 요즘 ‘공정사회’ 말씀을 안 하시나? 갑자기 쏙 들어갔어?

시간이 지나 <부당거래>가 후진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게 말이 돼?’라고 영화 속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 됐으면 싶은 거죠.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부당거래>는 검찰개혁 문제를 제기한 영화가 되었어요. 공수처(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주장에서 보듯 최고권력기관의 비리를 막고 처벌할 시스템은 반드시 만들어야만 하죠. 스스로 수갑을 채울 수 없다는 게 분명하니까요.

 

취재하면서 경찰분들을 막상 만나보니 천진스러워요. 주로 묻는 게 ‘영화 속에 정의가 살아 있는 거지?’예요.(폭소) ‘정의’라는 말을 이런 식으로는 잘 안 하잖아요. 그 양반들은 조폭 때려잡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이 있어요. 근데 올해 많이 팔린 책이 <정의란 무엇인가>라면서요. 다시 생각해보면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정의만 추구하면 위험해질 수 있어요.

죽이는 말이군요. <부당거래>, 이거 그냥 나온 거 아냐!(웃음)

 

■ 직설잔설

 

정의의 독점-OST를 읽는다

‘밤과 도시’ 사이에서 탐욕과 출세를 ‘미행’하는 ‘베테랑’ ‘부당거래’들. 정의가 ‘함정’에 빠져 ‘용의자’가 될 때 ‘집행자’는 국가의 이름으로 말한다. 너희가 ‘표적’이다. ‘막다른 길’로 몰아가 ‘심문’하면 존재하지 않는 ‘사라진 증거’도 나타나는 법이지. 전직 대통령이 몸을 내던지던 그 새벽처럼, ‘어둠의 도시’에서 부르는 ‘안녕 친구여’, 정의여, 너는 ‘고독한 거리’ ‘동정 없는 세상’ 구석에서 쓸쓸히 술잔을 기울이곤 했지. 도리질 치며 떠나도 다시 돌아오곤 하는 이곳은 ‘The City’~. ‘밤과 그림자’만이 서성거리는 부당거래 도시를 훑는 트럼펫 소리여, 그만 울어다오.

 

» 류승환 감독(가운데)

우리는 진실의 무덤 속에 살아간다. <부당거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을 순서대로 읽으면서 영화를 오버랩시키면 우리는 정의의 무덤 속에서 살아간다. 진실과 가짜, 사실과 조작은 함께 뒤섞여 사회적 조서를 ‘꾸며나간다’. 경찰서에서 쓰는 조서가 ‘꾸며나가’는 일인 한 진실은 가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가짜에 거래가 결합하면 진짜가 되는 세상. 짭새의 형 검새, 떡검·떡찰을 대하다 보니 그저 권력에 꼬리를 흔들던 ‘개찰’이 숫제 그리울 지경이다.

스폰서 시대, 국가징계권을 독점한 검찰은 기소독점만이 아니라 정의를 독점하기에 이르렀다. 정의란 오직 만인의 것일 때만 정의일 수 있다. 정의가 독점되었을 때 악의 꽃은 선한 꽃으로 둔갑한다. 그 꽃향기는 정의를 마비시키는 악취일 뿐이다. 서해성

 

 

 

 

20101126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