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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

칠층산

by 오직~ 2008. 6. 8.

 

자신의 존재 그 자체가 바로 그의 고통의 주체요 원천이다.

따라서 그의 존재와 의식 자체가 바로 가장 지겨운 고문이다.

 

 

충고란 위선이나 나약함, 또는 야비함이나 두려움의 가면일 따름이다.

그리고 권위는 늙고 약한 자들이 젊고 강한 자들의 기쁨과 즐거움에 대한 질투에서 나온 허식일 뿐.

 

 

자기 자신의 불행을 깨닫는다고 해서 그것이 곧 구원은 아니다.

그것은 구원의 기회일 수도 있고 지옥의 더 깊은 구렁으로 빠지는 문일 수도 있다.

 

 

일상생활에서 지성이 욕망과 욕구에 예속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진리다.

지성은 욕정의 목적과 목표에 의하여 항상 눈이 멀고 악용당한다.

그리고 흔히 공평무사하고 객관적인 것이라고 내세우는 증거는 사실 이해관계와 선전으로 가득 찬 것이다.

우리는 어이없게도 자아 기만증에 걸렸고 더군다나 우리 자신의 절대적 부류성(不謬性)을 맹신한다.

육체의 욕구-죄스러운 욕구뿐 아니라 위로와 편안과 존경 같은 일상의 정상적인 욕구까지도-는 온갖 종류의 과오와 오판(誤判)의 원천이다.

 

 

하느님은 우리의 기도가 잇속을 차리는 것이건 아니건 상관하지 않으신다.

하느님은 단지 우리가 기도를 바치기를 원하신다.    구하라, 그리하면 받으리라.

우리의 기도가 아쉬운 것을 청하는 것이면 안 된다고 고집하는 것은 일종의 우리의 교만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 자신을 하느님과 같은 수준에 올려두려는-마치 우리가 필요한 것이 전혀 없다는 듯이, 하느님께 물질에 의존하는 피조물이 아니란 듯이 행동하는-또 하나의 음흉한 술책이기 때문이다.

 

 

통절한 모습.....수도자의 처절한 자아포기.....

청빈과 자아포기와 자기비하 속에서 심한 노동으로 거칠대로 거칠어진 손으로 봉헌되는 미사.....

오 복된 고독, 오 유일한 진복이여!.....

자기 자신의 존재와 행위조차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 대중 속에 숨어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하는 만큼 거기에 비례하여 완전한 자가 되고 찬미와 영광을 받을 자격이 있게 된다니 참으로 묘한 일.....

새로운 자유의 울타리 속에 갇혔다.....

 

 

한 인간의 가치가 타인의 판단에 좌우되는 세속의 인생이란 얼마나 허황한가?

 

 

인간 본성은 그 자신의 비겁과 옹졸한 마음에 적합하도록 허울 좋은 논증을 하려 한다.

 

 

그런데 내가 이미 도착한 당신 안에서 나는 당신을 찾기 위해 얼마나 더 가야 합니까!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당신의 기쁨인 고뇌를, 당신의 소유인 상실을, 당신께 도달함인 만사로부터의 격리를,

당신 안의 출생인 죽음을 설명할 수 가 없습니다.

당신은 만사를 모순되게 하셨습니다. 나로 하여금 진종일 나무 아래서 오락가락하면서 거듭 속으로 '고독, 고독!'을 되뇌이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돌아서서 온 세상을 내 무릎 위에 던지셨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셨으면서도 내 발목에 뉴욕의 절반을 족쇄처럼 잡아 묶으셨습니다. 이것이 명상입니까?

 

 

나는 네가 바라는 것을 주리라. 나는 너를 고독으로 인도하리라, 

네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너를 반항하고 거부하고 때리고 괴롭힘으로써 너를 고독으로 쫓아낼 것이다.

네가 만지는 온갖 것이 너를 태울 것인즉 너는 아파서 손을 뗄 것이요, 결국 만물로부터 물러서고 홀로 되리라.

소망할 수 있는 온갖 것이 너에게 불의 소인을 찍을 것이니 너는 아파서 이것들로부터 도망쳐 홀로 되리라.

무릇 피조물의 기쁨은 너에게는 오직 고통일 따름이리니 너는 온갖 기쁨에 죽어 홀로 되리라.

다른 사람들이 바라고 찾는 모든 좋은 것들이 너에게는 네가 그것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이 세상으로부터 단절시키는 살해자가 될 따름이리라.

너는 온전히 망각되고 버려져 배척받고 죽은 허무가 되리라.

그러면 그날 비로소 네가 그다지도 오래도록 소망하여온 고독을 차지하기 시작하리라.

너의 고독이 네가 이 지상에서 결코 만나보지 못할 사람들 안에서 풍성한 열매를 맺으리라.

 

 

 

 

 

 

 

 ☆ 칠층산

  - 토머스 머턴 / 정진석 옮김 -

 

 대학시절에 이미 영문학자, 문학 평론가, 시인으로 성공, 현대 미술, 재즈 음악에 열중

 26세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고독 속으로 잠기다

 수도명은  'M.루이스'

 1948년 수도원에서 저술, 출판 (33세)

 1915-1968 감전사고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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