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묻혀 살다 보면 시적인 순간은 쉽게 우리를 찾아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영감(靈感)이나 시상(詩想)이 떠오르는 시적 순간은 의외로 곳곳에 산재해 있다.
초보자는 시적 순간이 수시로 입질을 하는데도 그것을 낚아채는 때를 놓쳐버리기 일쑤다.
“영감이 오는 순간에 당신은 신과 하나가 될 수 있다.
번득이는 첫 생각과 만나는 순간 당신은 자신이 알고 있던 것보다 더 큰 존재로 변화한다.
우주의 무한한 생명력과 연결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그렇다. 시인이란, 우주가 불러주는 노래를 받아쓰는 사람이다.
언제, 어디서든 메모지와 펜을 챙기고 받아쓸 준비를 하라.
잠들기 5분 전쯤 기발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 ‘아, 내일 아침에 꼭 그것을 써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잠들어버리지 마라.
영감은 받아 적어두지 않으면 아침까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나도 그렇게 해서 놓친 시가 수십 편이나 된다.
아쉬워해도 소용없다.
그래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아예 메모지와 펜을 머리맡에 두고 잔다.
시마(詩魔)가 나를 괴롭힌다 싶으면 화장실에도 놓아둔다.
속주머니에도 넣어둔다.
당신도 시마와 동숙할 준비를 하라.
이규보는 시마에 대해 ...
“네가 오고부터 모든 일이 기구하기만 하다. 흐릿하게 잊어버리고 멍청하게 바보가 되며, 주림과 목마름이 몸에 닥치는 줄도 모르고, 추위와 더위가 몸에 파고드는 줄도 깨닫지 못하며, 계집종이 게으름을 부려도 꾸중할 줄 모르고 사내종이 미련스러운 짓을 하더라도 타이를 줄 모르며, 동산에 잡초가 우거져도 깎아낼 줄 모르고, 집이 쓰러져가도 고칠 줄을 모른다. 재산이 많고 벼슬이 높은 사람을 업수이 보며, 방자하고 거만하게 언성을 높여 겸손치 못하며, 면박하여 남의 비위를 맞추지 못하며, 여색에 쉬이 혹하며, 술을 만나면 행동이 더욱 거칠어지니, 이것이 다 네가 그렇게 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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