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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

긍정적인 밥

by 오직~ 2007. 6. 7.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긍적적인 밥」

 

 

 

손금...

"이건 정말 제가 처음 발견한 건데요. 왼쪽 손바닥을 펴보세요. 사람의 손금엔 '시'라고 쓰여 있어요"

 

무서운 약속...

"한평생 가난하지만 착하게 사셨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이었는데, 그때 제가 아버지한테 참으로 무서운 약속을 할 뻔했어요.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는... 그런데 그런 말 하면 아버지가 괜히 마음이 약해질까봐 안 했거든요. 그게 제가 살면서 제일 잘한 일인 것 같아요."

 

특허...

"어둠을 켤 수 있는 에너지 같은 것도 생각했어요. 낮에 피곤할 때 어둠을 켜는 거예요."

 

"눈이 나쁜 몇몇 사람들이 저한테 이런 얘기를 많이 해요. 제 겉만 보고는, 동심이 남아 있는 것 같고 순진해 보인다고. 그럼 저는 바로 이런 얘길 해요. 그만큼 제가 게을리 살았다는 얘기라고. 현장에서 열심히 살다보면 거짓말도 하게 되고, 때로는 나쁜 일도 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저는 열심히 안 사니까 그럴 일이 드문 것뿐이에요"

 

 

-김경이 인터뷰한 함민복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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