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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살리기는 ‘우아한 고문’이다

오직~ 2010. 9. 4. 18:54

 

“벌써 다 살고 나오셨어요?”

하마터면 그렇게 물을 뻔했다. 긴가민가했다. 2년 전의 기억이 어슴푸레했다. 당시 검찰은 그와 관련된 환경단체 사무실 두 곳을 압수수색했다.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무고함을 호소했지만 곧 묻혔다. 그는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사이 감옥에 있느라고 안 보였단 말인가.

 

최열(61) 환경재단 대표가 돌아왔다. 감옥에는 다녀오지 않았지만 “돌아왔다”고 하고 싶다. 오늘의 ‘직설’로 침묵을 깼기 때문이다. 그는 세 시간 동안 4대강 공사에 관해 조목조목 따지며 열변을 토했다. 그동안은 왜 조용했을까. 감옥은 다녀오지 않았다. 검찰의 구속 시도는 두번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좌절됐다. 그는, 공금횡령범으로 몰린 재판에서 무죄를 받는 게 우선이었다고 했다. 한데 이렇게 늦어질 줄 몰랐다. 2년 동안 13차례의 공판이 열렸으나, 아직도 1심 결과는 안 나왔다.

 

그에게 이명박은 어제의 동지다. 청계천 파헤치는 사업을 할 때 ‘위원장 이명박, 부위원장 최열’이었다. 이명박 시장이 대통령 후보가 되면서 둘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대운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얼마 뒤 이명박 정부는 그에게 한칼을 날렸다. 파렴치범으로 몰려고 했다. 이젠 그가 한칼을 날릴 차례다. 그는 “최열이 죽거나, 이명박이 죽거나”라는 표현까지 썼다. 4대강 공사 저지를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고 했다. 돌아온 환경운동의 대부, 최열의 입을 주목하자.

20100903 한겨레 고경태 기자





한홍구(이하 한) 이명박 대통령하고 한때 가까우셨죠?

 

최열(이하 최) 서울시민으로서 청계천을 옛날보다 나은 상태로 만든다고 하니까 참여했어요. 시장이 위원장, 내가 부위원장이었는데, 자동차 요일제나 지하철 연장운행 같은 제안을 했는데 흔쾌히 받아들였지. 이명박, 문국현, 최열 셋이서 케이비에스 음악회에 나가 노래도 불렀어요. 지금 요렇게 됐지만.(웃음)

 

서해성(이하 서) 대선 때 문 후보가 이 후보를 공격하는 중요한 근거를 최열이 제공하고 있다고 미움을 샀다는 말들이 있었는데.

 

문국현은 오랜 친군데, 캠프를 직접 돕거나 한 적이 없어. 이 후보로선 문국현이 21세기 일자리 창출로 가는데 자기는 토목으로 나가니까 유쾌하지 않았겠죠.

 

결정적인 건 대운하 반대 때문 아닌가.

 

다른 건 몰라도 대운하는 안 맞다고 했지. 그건 환경운동 해온 최열의 존재 이유고. 대선 직전 박계동이 ‘대운하 반대 왕초’라고 해서 되물으니 한나라당에 다 그렇게 퍼져 있다는 거야. 대운하를 하려면 어떻게든 최열을 묶어둬야 한다고 판단한 건 확실해. 광우병도 최열이 배후에 있었다는 건데… 내가 배후조종할 나이야? 아이들이 그렇게 돼?(웃음)

 

‘대운하 반대 왕초’를 횡령으로 넘어뜨려라?

 

여기저기서 식품 이야기를 자주 해왔잖나?

 

수류탄을 식탁에 놔둔 채 안전핀 안 빼면 절대 안 터지니까 안심하고 먹으라는 건 말이 안 되지. 광우병 안심하고 미국산 쇠고기 먹으라는 거. 암튼 촛불이 일정하게 세를 보여줬을 때 정부에 구체적 요구를 하고 2차로 가는 게 맞다고 봤어. 유인촌 장관하고 농성장도 가고 했던 거죠. 정권은 그때부터 강경책으로 간 건데. 그 무렵 노무현과 지원기업을 친다, 대표적 시민단체와 상징인물을 친다, 권력 내부도 치는 척한다 따위 말을 들었어요.

 

2006년에 오세훈 서울시장 인수위원장도 하질 않았나?

 

오세훈은 공해추방운동연합(1991년) 때부터 인연을 맺어서… 법률상담 역도 하고, 정치입문 과정에서 충고도 하는 사이였죠. 인수위원장 한 건 실현 불가능한 공약 잘라내고 인사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거였어요. 그때도 좌파 최열 물러나라고 야단이었죠.

 

집권세력과 가까운 셈인데 이렇게까지 당하리라 여겼는지?

 

이 정부에서 어떤 활동을 했다면 감수해야겠지만… 차라리 보안법이나 집시법이라면 잘못된 법이라도 들어가겠어.

 

횡령으로 걸리면 파렴치범이지.(웃음)

 

수경 스님이 섭섭한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줄여 말해 환경운동을 대표하는 최열이 그 능력을 왜 그렇게 쓰나, 이것저것 정리하고 백의종군으로 4대강 사업 못하도록 나서라.

 

우선 무죄를 받는 게 1차 승리라고 생각했어요. 검찰 특수부가 후원자, 친구들까지 100여명을 조사했어. 횡령죄로 처넣어 재기불능하게 만들겠다는 저쪽의 작품은 될 수 없다고 다짐했어요. 환경운동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국토가 절단 나도록 두는 건 죄악이죠. 재작년 환경운동연합 새해 인사에서 ‘대운하 추진되면 최열이가 물에 빠져죽든지, 이명박이 빠져죽든지, 최열하고 이명박이 같이 빠지든지 할 수밖에 없다’고 했죠. 환경련 압수수색을 보면서 저들이 나를 물에 빠뜨리려고 하는구나 절감했죠. 40년 넘게 운동해온 사람이 횡령으로 물에 빠져죽을 수 없잖아. 그걸 막아야 했던 거고.

 

청계천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청계천은 애초에 원하는 수준까지 갈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천 밑이 너무 썩어서 복개를 뜯어내야 하는 건 맞아요. 지금 청계천이 이상적이라고는 생각 안 하죠. 청계천 뜯어내면서 지방에서 복개공사가 중단된 건 성과죠.

 

4대강이 나온 중요한 근거가 청계천에 있어요. 청계천이 4대강의 ‘어버이 강’이잖아요. 한강을 전두환이 한번, 지금 오세훈이 또 한번 뒤집는 건데, 청계천 ‘성공’이 결정적 모멘텀을 제공한 셈이죠.

 

아시안게임(86) 때 건설회사들이 서울 구간 36㎞를 잘라서 골재채취한 돈으로 공사했거든. 티브이 톱뉴스에 한강이 되살아났다며 물고기 잡는 게 나왔어. 한 트럭 싣고 와서 붓고 시청 직원들이 낚은 거거든. 실제로는 정작 10㎝ 앞이 안 보였어. 사기당한 거지. 자동차 타고 드라이브 하면 한강이 멋있게 보였지. 젊은이들은 한강에 모래밭 있던 시절을 몰라.

 

드라이브하기엔 한강이 좋아졌고, 걷기엔 청계천이 좋아졌지. 강이 시각소비물이 된 거죠.

 

엠비는 4대강도 청계천처럼 공사 끝나면 국민들이 좋아할 거라고 확신할 겁니다. 한강에 시멘트 발랐는데 되살아났다고 하고, 청계천도 물 끌어올려 보여주는데도 일단 좋다고 하는 거 아닌가. 4대강도 불도저로 밀고 조경 쫙 해놓고 선착장 만들고 그런 뒤에 버스 대절시켜 보여주면… 잠깐 보는 데는 무진장 좋거든.(웃음)

 

원상복구공사 해도 토목업자들만 신난다

 

‘잠깐 보는 데 무진장 좋거든.’ 거기가 함정이죠. 조감도의 나라. 그게 자칫하면 오감도가 되죠.

 

다음 총선, 대선 때 가장 나쁜 상태 사진과 조경한 걸 비교해 보여주면서 ‘봐라 이렇게 좋아지지 않았느냐’ 하고 정권 재창출로 가는 거지.

 

그동안에는 청계천이 누워 있는 가장 큰 정치광고탑이었는데, 4대강은 국토 자체를 정치광고탑으로 만드는 거네요. 청계천 개발로 가장 고통 받은 이들은 거기 살던 사람들이죠. 도심 유일 생산기지이자 가난한 동네를 쫓아내고 중산층에 헌납한 거죠.

 

충분치는 않지만 상계동, 목동, 최근 용산처럼 하지는 않았어요. 잘못된 건 지적해야 하고… 아주 비민주적이지는 않았다고 봐요.

 

시장 이명박하고 가까웠다가 지금은 얻어맞고 있는 처지인데, 겪어보니 무엇이 시장 이명박을 대통령 이명박과 다르게 만들었는지.

 

내각이나 참모진이란 게 결국 대통령의 얼굴이야. 이번 개각도 같아. 국방부 장관이 국방을 저버리고, 환경부 장관이 환경을 저버리고. 서울시 때는 그런 거까지 몰랐죠. 중앙정부나 권력을 운영하기에는 맞지 않는 거죠.

 

지금 환경부 장관과는 잘 아는 처지 아닌가?

 

대통령 빼면 다 기능공일 뿐이지. 국민총생산 30%(300조원) 정도가 국가예산인데, 그걸 쓰는 사람들이 국민 생각 안 하고 한 사람만 섬기는 거지. 최악의 기능공이죠. 임기 내 4대강을 완공한다고 했잖아? 장관은 더 빨라야 하고, 업자는 더 빨리, 하청업자는 더 더 빨리. 반대가 많으니까 더 빨리. 우리나라에선 대통령을 무조건 찬성하는 비율이 30%이니까, 4대강 찬성이 20~30%이니 실제 지지는 -10%인 셈이지. 완전반대 30% 포함해서 거의 7할이 반대 아닌가. 대통령이 군대를 안 갔다 왔잖아.(웃음) 공격을 하려면 상대방보다 화력이 3배여야 해. -10%인데 그걸 추진하는 건 돌이지.

 

잘못되었을 때 바로잡을 비용까지 하면 어마어마한 토목공산데.

 

옛날에 라인강도 다 토목으로 했어. 다시 복원하는 데 10배 이상 들고 있잖아. 비가 온다고 할 땐 보의 물을 다 빼야 하고, 갈수기엔 채워놔야 하고. 보가 16갠데 이걸 다 열어놓으면, 병목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일단 완공되면 계속 그대로 간다고만 생각하는데. 물이 소통 안 되면 최악의 경우 보를 폭파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는데, 그때 이명박도 같이 ‘폭파’되는 거예요.(웃음)

 

빚을 내더라도 만기상환이 내 임기 때 안 돌아온다는 거죠. 그럴 때는 국민들이 다 뒤집어쓰잖아요.

 

아이엠에프 때도 잘못된 정책결정이 법률로 처벌받지 않았어. 4대강 역시 같은 생각인 거지. 시화호 때, 부천 면적만한 바다를 막으면 썩는다고 했는데 당시 정종택 장관은 괜찮다는 거야. 종말처리하는 데 수천억을 들이고도 안 돼서 결국 텄어. 우리가 수원지검에다 공사추진자 8명을 고발했는데 다 ‘혐의 없음’으로 나왔지. 기가 막히게도 환경운동이 업자들 돈 벌게 하는 결과를 만들어주기도 했어. 4대강도 만약 복구하게 되면 또 토목업자들이 원상회복 공사를 하는 거지.

 

토건족들이 몇 대를 먹고사는 거네.

 

대체 정권은 왜 이렇게까지 4대강에 집착하는 거죠?

 

확신이 있어. 그게 젤 무서워. 지금 하고 있는 내 말도 부분적으로 틀릴 수가 있거든, 그걸 인정해야 하는데. 충분히 토론하고, 먼저 강 하나를 해본다거나 하는 방식을 쓰자는 말을 하고 싶어요. 5월에 ‘4대강 사업 반대 77인 선언’을 한 뒤에도 면담요청을 했는데 답이 없어. 환경 쪽에서 반대하는 사람들 불러다 설득해보라는 거지.

 

알리바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건데, 그런 쇼도 안 해요.

 

4대강 파낼 돈으로 국민 잘살게 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게 시급해요. 우리 경제는 수출중심 구조인데 4대강으로 팔아먹을 게 뭐가 있나. 땅값 오르면 양극화만 심해지고. 적자 나면 위락시설 만든다는데, 업자한테 갈 뿐 아니라 부가가치 없어. 대졸여성들 4대강으로 고용할 수 있는 부문 있나? 공사현장에서 여자 한명도 못 봤어요.(웃음) 4대강 개발비 22조로 창출할 녹색일자리는 무궁무진하지.

 

“너네들, 문제 생기면 연금도 포기할 거지?”

 

해방 직후 반민특위가 좌절됐잖아요. 그 뒤 친독재 학자들에 대해 역사적 징계가 없었죠. 엉터리 논리로 4대강에 대해 정부와 토건자본을 대변하는 지식사기꾼들에 대해 언젠가라도 사회적 징계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공사가 강행된다면 도표를 만들어야지. 새만금사업 추진자 명단도 환경운동연합 건물에 타임캡슐로 묻어놨어. 4대강 공사 주장하는 사람들한테 지금 다 약속을 받아야 해. 문제 생겼을 경우 연금 포기해라, 민사상 책임도 다 져라.

 

이포보에서 보듯 경찰력까지 동원해 공사를 할 텐데, 어떤 사람은 ‘이렇게 좋은 명품 보를 반대하는 건 이적행위가 아니냐’고도 하고.

 

5공 때 ‘폭력으로부터 해방’이란 말이 있었어. 자기가 폭력으로 정권을 잡았는데 폭력으로부터의 해방? 4대강 ‘살리기’라니 ‘살리기’가 아니란 걸 아는 거지. 4대강 사업은 그냥 4대강 토목공사야. 시멘트와 덤프로 저탄소 녹색성장 하겠다는 말은 ‘우아한 고문’이란 말과 같아. 토목은 본질이 환경훼손입니다. 이건 고탄소산업. 시멘트 자체가 고탄소야! 수질오염 땜에 4대강 공사한다는데, 이때까지 저들이 강이 죽었다는 말을 한 적 없어. 우리 말을 가져다 쓴 거지. 80년대엔 금호강·태화강이 단팥죽처럼 부글부글 끓었어. 그래서 우리가 강이 죽었다고 싸운 거 아닌가. 근데 이제 와서 저들이 강이 죽었대.(웃음) 91년 페놀 사건 이후 20년 가까이 수질정화에 30조 썼어, 악취 나고 그런 곳 거의 없어졌고.

 

죽어가는 환자 살려놨더니 사망진단서 떼어온 셈이네요.

 

준설도 많이 해서 평균수심 4m예요. 지금은 홍수가 4대강 본류에서 안 나요. 3%야. 거기만 공사를 하자 이거야. 수량확보 운운하는데, 우리는 물 부족 국가가 아니야. 정수장·취수장도 절반을 안 쓰고 있을 정도고. 보를 4개 만든다고 했다가 16개로 늘렸는데, 보 만들어 물 가득 채우면 수량이 많아져서 수질 좋아진다는 그런 멍텅구리 같은 이야기… 그만합시다.

 

물 흐름을 수평으로 맞춘다는 거 자체가 물이 안 흐른다는 거 아닌가. 그러면 절로 썩을 테고.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흘러야지.

 

그러니 이게 결국 대운하 예비단계가 아니냐 싶은 거죠.

 

개인적으로는 아니라고 믿고 싶어. 대운하는 경제성이 있을 수 없거든. 서울서 부산 가는데 큰 배로 바닷물로 가면 되는데, 보마다 물 채워 올리고 내리고… 이게 할 짓인가.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한다니, 서로 물 깊이가 다른데, 상상을 할 수 없는 거지. 설사 재집권한다고 해도 부작용이 생기면 바꾸게 돼 있어요. 전두환, 노태우 둘이 그렇게 그토록 가까웠지만 친구를 백담사로 보냈잖아.(웃음)

 

이명박 정권 아래서 신개념이 참 많이 나와요. 토건 하면서 저탄소 녹색성장, ‘고인 물은 썩는다’가 ‘고인 물은 맑아진다’로, 이제 ‘물은 높은 데로 흐른다’는 말이 나오겠네요.

 

환경운동 하는 후배들이 많은데.

 

이포보에서 농성하고 내려온 환경연합 후배들은 4대강 영웅입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제 한 몸을 던진 거거든. 이런 뜻을 살려 9월과 10월엔 이대로 가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합니다.

 

왕토, 국토, 민토, 박토…

 

4대강은 토건족, 투기족을 위한 마지막 부동산 투기장이죠. 새만금으로 갯벌마저 해먹었죠. 이제 남은 건 하늘뿐이죠. 박통이 국토와 국민에게 불호령 내리는 불의 독재였다면, 엠비는 생태계와 국민에게 물의 독재를 감행하고 있는 거죠. 땅이란 게 왕조시대 왕토에서 국토가 되고, 시민사회가 발전하면서 민토가 되었어야 하는데. 이대로 강행하면 녹색독재가 될 가능성이 높죠.

 

민토가 아니라 박토가 됐죠. 고인 물이 맑아진다고 우기는 세력하고는 어떻게 싸워가야 하나?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라는 말이 있는데, ‘사람이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더불어 힘을 합쳐 4대강을 지키자’ 이렇게 나가야죠.

 

수경 스님이 4대강 일을 하다 마른 강바닥에 물처럼 스미어버렸는데, 그래서 목마르게 그립죠. 스님에게 한 말씀.

 

생명은 다 평등한데 사람이 조금 힘을 가졌다고 함부로 하는 건 신앙이든 환경운동이든 받아들이기 어렵죠. 어디 계신지 모르지만 그 뜻을 함께하는 행동이야말로 수경 스님을 따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자연하고 가장 가까운 상태가 가장 안정되고 좋은 거죠. 대통령과 국민이 그걸 알았으면 합니다.

 

엠비 정권의 최열 죽이기는 실탄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이미 술래가 바뀌는 게 아닌가 싶어요. 4대강 지키기 맨 앞에 선 최열 환경운동가를 자주 보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세계 문명발상지를 흔히 4대강으로 꼽는데, 문명과 생명의 어머니 강을 더는 죽이지 말라는 말을 꼭 귀담아들었으면 합니다.

 

 

■ 직설잔설

 

‘공그리’ 강의 역류

 

신동엽의 “금강”이 죽어버리고, 조명희·김정한의 “낙동강”도, 김원일의 ‘명상’도 더는 혁명에 대한 확신이나 역사의 파수꾼, 또는 고발도 아니게 되었다. 신경림의 “남한강”마저 별수 없이 배 허옇게 뒤집힌 채 구토하고 있다. 박화성·문순태의 ‘영산강’은 신음을 토하며 뒷걸음치고 있다. 채만식의 “탁류”를 거쳐, 이 땅을 적셔온 강물은 오늘 역류하고 있다.

 

벗섬(반도)인 우리 땅에서 산 흐름(山經)은 곧 물 흐름(水經)이다. 이 땅 모든 강은 산 사이를 흐른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산은 물을 가르고, 물은 스스로 산을 넘지 않는 법이다. 믿기 어렵게도 한강은 사잇재(새재) 이화령을 넘으려 하고 있다. 거기서 낙동강과 한 꿰미로 꿰질 거라는 해괴한 말이 떠돈다. 물길로는 서울로 이르지 못해 일찍부터 사잇재였다. 하물며 진도아리랑에 문경 새재가 나오는 까닭이 다 무엇이겠는가. 스스로를 한국특산 어름치라 이름했던 최기철은 분수령이 곧 물고기를 갈래짓는다며 이 땅 생명의 거룩함을 말 삼곤 했다. 이미 벗섬이 형성될 때 예정된 생명살림이었다. 이마저 흐트러지고 교란될 판이다.

 

대동강물을 팔아먹던 봉이 김선달은 더는 우스갯소리나 풍자가 아니다. 물장수, 공기장수가 대자본이 된 지는 오래다. 청계천처럼 보상 없이 손댈 수 있는 내수면이라고 해서 4대강을 투기장으로 개발하는 일은 한반도라는 대지에 대한 모욕이자 생태계에까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방자한 오만이다.

 

문명은 강에서 왔다. 강은 시작이되, 강이 끝나면 모든 설화는 끝난다. 생명이 살아야 강이다. ‘공그리’ 강에서 설화는 생성되지도, 꿈꿀 수도 없다. 생명이 꿈틀대지 않는 곳에서는 위대한 서사시도, 소설도 갈 길을 잃는다. 거대 양어장에는 괴담이 도사릴 뿐이다. 이무기만 살게 될 끔찍한 괴담을 물려주지 않아야 하는 건 내남 없는 몫이 되었다.

 

거슬러 흐르는 물을 풍천이라 했다. 배역지세. 거기 바람내에 사는 장어가 이름난 건 역류를 헤쳐갈 수 있는 억센 몸짓에 있다. 그 역동성으로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 까닭을 알아야 한다.

서해성

 

 

20100903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