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의 탐닉
무당의 작두, 택시기사의 운전대, 설거지하는 어머니의 수세미 안에는 다 신성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컨대 마이크를 잡으면 다 사회자입니다. 동네 이장님들이 가장 훌륭한 사회자입니다. 청중을 속속들이 알고 그분들이 알아듣는 적확한 단어와 명확한 정서로 말하는 것이 훌륭한 사회자 아닙니까.
짐이란 무겁지만 하체를 튼튼하게 합니다.
= 김제동
영화는 다큐멘터리조차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현실의 가능성이니까요. 그 세상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화의 태도란 세상의 가능성에 대한 태도이기도 하죠. 너무도 흔한 파스칼의 말. 사람은 연한 갈대이지만 연한 갈대가 의미있는 까닭은 단 하나, 인간이란 존재가 세상에 의미를 부여해서입니다. 영화가 가치가 있다면 오로지 세상의 가능성에 대해 포기하지 않고 우리가 그것을 통해 더 나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가 아니냐는 거죠.
제가 영화에서 보고 싶은 것은 시네마틱 센스(cinematic sense)입니다. 뜻(meaning)이 아니라 센스(sence), 감각과 의미를 동시에 지칭하는 말이죠. 영화가 찍을 수 있는 건 세상의 표면뿐이므로 그 표면을 시네마가 어떻게 건드리느냐는 결국 '태도'의 문제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태도와 센스를 묻는 것이 영화의 서사를 묻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 정성일
한계가 있는 작품일지라도 비평가가 자기 관점에 의해 장점을 발견하는 글을 쓴다면 좋은 비평이라고 생각해요.
비평가가 좋지 않은 작품을 좋은 작품으로 둔갑시키고 훌륭한 작가를 소외시킬 힘은 없다고 봐요.
= 신형철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욕망이 욕망을 통제하는 제도예요. 이기적 행동을 용인하는 거거든요. 각자의 권리인식이 먼저죠. 헌법의 기본권은 재산의 과다, 교육수준, 연령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허용된 것이지만 향유주체는 개인이에요. 인식하면 누리고 인식하지 못하면 볍 위에서 잠을 자는 것이죠. 그러니까 여기서 계몽은 누가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체험과 학습을 통해 내 권리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그것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연대가 필요해요. 타인에게 주어지지 않으면 내게도 주어지지 않으므로, 필연적으로 헌법의 규정은 연대의식의 발생을 내포하고 있어요. 당장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침해당하면 격분하면서 시민행동이 조직되는 것이죠. 그게 잘 되는 나라가 민주주의 선진국이고요.
= 유시민
사람이 다 그래요, 스스로에게도 솔직해지지 못하고 주위의 딴 것을 뜯어다가 자기를 포장하죠. 내 학교, 사는 동네, 그런 나 아닌 것들로 가짜의 나를 만들고 그것이 점점 커져서 마침내 자신도 스스로 어찌할 수 없게 되고, 그걸 지키기 위해 살잖아요.
= 류승범
한 배우가 현장이나 사생활에서 만나는 인간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폭, 그리고 남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태도는 그가 극중 캐릭터를 해석하고 접근할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배우는 좋은 사람이다')
= 하정우
그 사람이 고칠 수 없는 부분은 얘기해봤자 기분만 상해요. 대화란 진짜 고도의 에티켓이 필요해요.
어렸을 때는 상대를 믿을 수 있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러나 결혼하고 얼마 뒤부터는 필요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상대를 신뢰할 수 있느냐를 판단하려는 건, 사실 자기가 좀 편하고 싶어서 맘을 놓고 싶어서이거든요. 그래서 안될 건 없지만 더 중요한 건 내가 잘사는 거예요. 기준을 높여서 나를 엄히 관리하면 상대가 어떠하건 좌우되지 않으니까요.
= 고현정
소음이 있어야 소리도 들린다. 세상이 시끄러운 데는 이유가 있다. 나만 불운하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가 세상에 무리한 요구를 하기 때문이다. 영혼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인간과 자연은 있는 그대로 경이롭고 존엄하다.
= 정재승
☆ 진심의 탐닉
- 김혜리 -
씨네21북스
인터뷰에 관한 글을 읽는다는 건
내가 만날 수 없는 다양한 이들에 대한 궁금증을 대신 풀어 주는 미덕이 있어
읽기에 즐겁다.
작가의 감수성 넘치는 글솜씨 또한 글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