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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 고은

오직~ 2009. 2. 18. 19:57

 

1969년 한국 천주교의 첫 추기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쓴 빨강 스컬캡은 신앙에 앞서 명예였다

그러나 가장 겸허한 사람이었다

70년대 이래

그는 한번도 분노를 터뜨리지 않아도

항상 강했다

 

그는 행동이기보다 행동의 요소였다

 

하늘에 별이 있음을

땅에 꽃이 있음을

아들을 잉태하기 전의

젊은 마리아처럼 노래했다

 

그에게는 잔잔한 밤바다가 있다

함께 앉아 있는 동안

어느새 훤히 먼동 튼다

 

그러다가 진실로 흙으로 빚어낸 사람

독이나

옹기거나

 

<만인보> 제10권中

 

= 2009.02.16 김수환추기경 善終